이란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하면서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지 국제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 이어 ‘3개의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는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직접적 발단은 이스라엘이 자초했다. 지난 1일 시리아에 있는 이란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간부 등 13명이 숨졌다. 다른 나라에 있는 제3국 외교공관에 미사일을 쏘는 것은 어떤 명분도 갖기 힘든 도발이었다. 영사관은 치외법권 대상으로 해당 외교공간의 영토나 다름없어서다.
□ 이번 사태의 씨앗은 반년간 진행 중인 가자지구 전쟁이다. 결국 중동의 영토문제로 돌아가게 된다. 영국이 원죄자로서 피해 갈 수 없다. 제1차 대전 중인 1917년 아서 밸푸어 외무장관은 유대인의 힘을 활용해 미국을 참전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민족국가를 인정한다는 ‘밸푸어선언’을 내놨다. 동시에 독일 쪽에 가담했던 오스만제국 내 아랍인들의 반란을 지원하면서 이들에게도 팔레스타인 지역을 포함한 독립국가를 약속(맥마흔선언)했다. 일종의 ‘이중분양’ 사기를 자행한 셈이니 얼마나 무책임한가.
□ 적어도 영토문제와 관련해 팔레스타인 쪽은 무척 당황스러울 것 같다. 만약 서울 한복판에 이민족이 들어와 2,000년 전 조상이 그 땅에 살았다며 주민들을 몰아내고 정착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서안지구 등에선 팔레스타인 청년들, 심지어 소년·소녀들이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맨손으로 돌을 던지며 저항한다.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구타당해 피투성이 상태인 어린이 등도 종종 외신을 통해 전해진다. 일제강점기 어느 풍경 같지 않나.
□ 과거엔 미국을 배경으로 강력한 힘을 가진 그 작은 이스라엘에 거대한 아랍진영이 꼼짝 못 했다. 4차까지 중동전은 이스라엘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반면 약한 쪽이 대항하는 방식은 늘 같다. 이민족을 강압 통치하는 건 치러야 할 정치적 긴장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민족을 일제가 아무리 말살하려 했어도 그들을 향해 폭탄을 던지는 조선인은 나오기 마련이었다. 이스라엘과 서방세계를 포함해, 모두가 편파적 시각을 버리고 공존할 길을 찾지 않고선 절대로 끝날 수 없는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