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우려에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모두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들로, 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15일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8.6원 오른 1,384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1,380원을 넘긴 것은 2022년 11월 8일 1,384.9원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장중 1,386.3원까지 뛰었으나 한국은행 구두 개입("시장안정화 조치 적기 시행")으로 추가 상승이 제한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1,400원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견해다. 중동 정세 때문에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고, 이는 환율 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고유가는 ①국내 수입 물가를 높여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이는데 이는 원화 약세 요인이 된다. 또 ②'미국 물가 상승→미국 긴축 장기화→강(强)달러' 경로를 통해 원홧값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최근 몇 년 새 ③'강달러→유가 상승' 추세가 굳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4월 '변화하는 원자재 가격과 달러의 함수관계' 보고서에서, 미국이 에너지 생산국이 되면서 국제유가 상승이 미국 무역수지를 개선시키고 있고 달러와 유가가 동행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한국 같은 에너지 수입국은 강달러와 에너지 가격 상승의 '이중고'를 겪어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는 뜻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룸버그를 인용하며 "4월 원화는 2% 하락했는데 주요 31개국 중 가장 폭이 크다"며 "이는 유가 불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면 환율 1,400원 진입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금리 인하에도 악재다. 1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하반기 월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면 올해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유가가 90달러대에 오래 머물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14일(현지시간) 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각각 배럴당 85.58달러, 90.5달러였다.
'이란-이스라엘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너끈히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쟁 때문에 뱃길이 막힌다면 세계 원유 교역에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세계 원유 교역의 30%, 액화천연가스(LNG) 교역의 20%가 영향받을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밥 맥널리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 대표도 미국 CNBC 인터뷰에서 120~130달러를 전망했다.
다만 시장은 전쟁이 국지전에 머물 확률이 더 클 것으로 본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가 '이스라엘 보복은 종료된 것으로 간주한다'며 추가 공격이 없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결국 확전 여부는 이스라엘에 달려 있는데, 대선을 앞둔 미국이 이를 용인할 리 없고 이스라엘이 미국 동의 없이 보복 공격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식시장에서는 중동 사태로 인한 주가 하락을 되레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이 나온다. 전면전 가능성이 낮은 데다 4월 말 발표 예정인 미국과 한국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같은 이유로 "주식시장이 10% 이내의 얕은 조정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이날 양대 증시는 장중 낙폭을 좁히며 코스피 0.4%, 코스닥 0.9% 하락 마감했다. 종가는 각각 2,670.43, 852.4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