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부산 사하구 을숙도 내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요구한 동물단체의 신청을 거부했다. 해당 동물단체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의 제기를 준비 중이다.
15일 동물보호단체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에 따르면 이달 2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산하 천연기념물 분과는 회의를 열고 단체가 제출한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의 현상변경 신청안을 부결했다.
회의록 결과를 보면 문화재청은 "현상변경 요청 건인 고양이의 급식소 설치는 이미 부결돼 원상회복 조치를 요청했으니 먼저 철거하는 게 우선"이라며 "고양이로 인한 철새 등의 피해는 국내외 많은 논문과 자료에서도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급식소 설치는 긍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단체는 앞서 2016년 문화재청에 급식소 설치를 위한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으나 심의에서 반려된 후에도 지방자치단체와 급식소를 운영해왔다. 이후 7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문화재청은 국민신문고에 급식소 설치에 대한 민원을 접수한 뒤 급식소를 모두 철거하고 원상 복구하라는 공문을 각 지자체에 보냈다. 이에 따라 지자체가 운영하던 급식소 15개는 철거돼 현재는 단체가 설치한 급식소 16개가 운영되고 있다. 단체는 문화재청에 철거 명령의 부당성을 전달했고, 현상변경을 다시 신청하라는 답변을 받은 뒤 이번에 허가를 재신청한 것이다.
단체는 129개 동물단체로 구성된 을숙도 철새, 고양이 공존을 위한 대책 촉구 전국행동의 성명서와 이에 찬성하는 1만5,000명의 서명, 수의인문학자 및 수의사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문화재청에 전달했지만 깡그리 무시됐다는 입장이다. 또 을숙도 현상에 기초한 조사나 분석도 없이 이미 불허 결정을 내려놓고 형식적 과정만 거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불허 이유로 이미 부결된 사항이라는 점이 제시됐는데, 이럴 거면 처음부터 현상변경을 왜 다시 신청하라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이어 "고양이로 인한 철새 피해가 있다는 논문이 많다고 했지만 막상 논문을 제시해달라고 하니 받지 못했다"면서 "단체가 보낸 자료와 전문가 의견은 전부 묵살되고 거부 이유도 납득하기 어려워 이의 제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