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시간 걸려도 '할 말 하는' 인사 찾아야

입력
2024.04.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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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생중계되는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국정 쇄신 방향과 차기 국회와의 협력 방침 등을 밝힌다. 지난 11일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56자 사과문'을 대독한 것과 달리 총선 관련 입장을 직접 밝히는 것은 처음이다. 총선에서 확인한 민심을 바탕으로 지난 2년간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쇄신하겠다는 각오를 국민과 야당에 진정성 있게 알리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후 사의를 밝힌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등의 인선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실 주변에서 거명되는 후보군에는 정치인 출신이 다수 포함돼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총리와 비서실장이 모두 관료 출신임을 감안하면 정무 능력을 갖춘 인사를 발탁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총리의 경우 거대 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현실도 반영됐다. 하지만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모두 윤 대통령 측근이다. "대통령께서 총선 민의를 수용할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상당히 우려된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비판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인적 쇄신으로 국정기조 변화를 알리기 위해선 현 정부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일해 본 사람과 일한다'는 윤 대통령 인사 스타일부터 바꿔야 한다. '능력'을 인사의 최우선 원칙으로 강조했지만 매번 좁은 인재 풀 안에서 검찰 출신이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중심의 인사를 발탁한 관행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대통령에게 고언을 아끼지 않으면서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총리, 대통령에게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면서 여야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비서실장을 물색할 수 있다.

민심 관련 정보를 수집해 국정 운영에 참고하기 위한 대통령실 조직 개편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된 민정수석실을 사정 기능만 빼고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총선 참패 이후 대통령실이 민심 청취 기능 강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만시지탄이다. 그렇더라도 남은 3년의 국정을 위해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 기대에 걸맞은 인선과 조직 개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