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우주 3차원 지도' 나왔다... 암흑에너지 정체 밝혀지나

입력
2024.04.15 15:13
국제공동 암흑에너지 연구 프로젝트 1주년
110억 년 떨어진 우주까지 담은 지도 공개 
"암흑에너지 불변 기존 이론 뒤집는 결론"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우주 지도가 공개됐다. 우리 은하로부터 최대 110억 년 떨어진 우주 공간의 모습까지 담아낸 광범위한 지도다. 이 지도를 제작하는 동안 우주 전체 에너지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암흑에너지가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시간에 따라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단서도 함께 발견됐다. 암흑에너지의 정체에 한 발자국 다가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과학계는 한껏 고무됐다.

15일 한국천문연구원은 한국을 비롯한 11개 국가의 70개 기관, 연구자 900여 명이 참여하는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The 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 프로젝트'가 1주년을 맞아 우주 3차원 지도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DESI 프로젝트에선 미국 애리조나주(州) 키트피크산 꼭대기에 설치돼 있는 망원경으로 은하에서 나온 빛의 스펙트럼을 정밀 관측하고 암흑에너지를 연구한다.

현대 우주론의 표준 이론인 '람다 차가운 암흑물질 이론'(LCDM)에 따르면 암흑에너지는 우주 팽창 속도를 빠르게 한다. 다만 암흑에너지가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성질인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아주 먼 은하의 위치까지 담긴 넓은 영역의 3차원 지도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멀리 떨어진 은하의 스펙트럼을 측정하는 분광탐사가 필요하다.

이번 프로젝트 연구진은 DESI를 이용해 지난 1년간 지구로부터 최대 110억 년 떨어진 은하와 '퀘이사'의 빛을 관측했다. 우주 초기에 만들어진 퀘이사는 중심에 있는 아주 무거운 블랙홀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는 독특한 천체다.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연구진은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했는지를 측정했는데, 오차 범위가 0.5%다. 연구진에 따르면 80억~110억 년 전 초기 우주 역사를 1% 오차 이내로 측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데이터 규모는 지금껏 관측한 모든 3차원 분광 지도를 합한 것보다 크다고 천문연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아울러 우주 초기 퍼진 중입자가 만들어내는 진동이 변화하는 흐름을 측정한 값을 활용해 우주 진화의 역사를 3차원 지도로 재구성했다.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초기 우주의 역사를 사상 최대 규모 3차원으로 가장 정확히 분석했다"고 이번 성과를 소개했다.

또한 연구진은 관측 데이터 외에 추가 자료들을 함께 분석해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변할 가능성이 95%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암흑에너지가 변하지 않는다는 기존 이론과 다른 분석으로, 연구진은 암흑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찾아낸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샤피엘루 알만 천문연 연구원은 "이번 데이터가 우주의 팽창 과정과 중력에 관한 다양한 이론을 검증하고 암흑에너지 본질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총 300만 개의 퀘이사와 3,700만 개의 은하를 포함하는 우주 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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