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간 격렬하게 춤추며 노래도 완벽해라?…코첼라 선 르세라핌, 라이브 실력 ‘시끌’

입력
2024.04.15 13:14
일부 미국 관객들 “너무 소리만 질러”
빌보드-NME는 호평 “즐거운 퍼포먼스”
“마이크 볼륨 불안정…기술적 문제도”

"처음엔 긴장한 듯한 모습이 역력했는데 이후엔 금방 적응해서 40분 내내 뜨거운 에너지를 뿜어냈다."

"노래를 부르다 너무 소리를 질러대서 듣기에 짜증 났다. 큰 무대에 서기엔 아직 실력이 부족한 듯하다."

아이돌그룹 르세라핌이 13일 밤(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온 반응이다. 신인 그룹인 데다 격한 안무와 함께 노래한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퍼포먼스였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라이브 가창력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르세라핌은 이날 코첼라 이틀째 밤 늦게 무대에 올라 10곡을 불렀다. 이들이 오른 사하라 무대는 양쪽이 개방되고 가운데만 지붕이 있는 텐트 공연장으로 메인 스테이지를 제외하면 아웃도어 시어터와 함께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르세라핌은 K팝 그룹으로선 데뷔 후 최단기간 코첼라에서 공연한 팀이 됐다.

이들은 ‘안티프래자일’을 시작으로 ‘피어리스’ ‘더 그레이트 머메이드’ 등을 부르며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고 미발표곡인 ‘1-800-Hot-N-Fun’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언포기븐'을 부를 땐 이 곡을 함께 만든 미국의 유명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 나일 로저스가 무대에 올라 협연해 눈길을 끌었다. 르세라핌은 "우리의 꿈이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르세라핌의 공연에 대해 해외 매체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미국 빌보드는 둘째 날 공연 중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로 이들의 공연을 꼽으며 "10곡을 부르는 동안 팬들을 춤추게 했다"고 했고, 영국의 NME는 "격렬하고 즐거운 퍼포먼스로 사하라 무대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평했다. 빌보드와 NME는 K팝에 대해 우호적인 매체로 유명하다.

반면 이들의 공연을 코첼라 현장과 유튜브를 통해 본 관객·시청자의 반응은 엇갈렸다. 전체적인 공연의 만듦새나 분위기를 중시하는 관객은 이들의 부족한 가창력에도 즐거운 무대였다고 평가한 반면, 노래 자체에 집중하는 관객은 라이브 실력이 아쉽다고 평했다.

현장에서 공연을 봤다는 한 관객은 "중반 이후 너무 숨이 차 보여 안무의 강도를 줄이는 게 좋았을 것 같다"면서도 "미리 녹음된 보컬을 쓰지 않고 라이브로만 공연했다는 점에서 꽤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관객은 "에너지는 좋았지만 보컬은 끔찍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 글에 "긴장해서 그런 것 같지만 문제는 40분 내내 그랬다는 것이다"라는 댓글도 달렸다. 또 다른 관객은 "원래 안무를 거의 그대로 재현하느라 힘이 조금 빠진 것 같았지만 보컬이나 관객과의 호흡 면에서 마지막까지 힘차게 소화했다"고 썼다.

기술적인 문제도 지적됐다. "마이크 볼륨이 일정치 않아 라이브 실력이 부족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글도 있었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음정이 불안하고 라이브 실력이 부족하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가릴 수 없다"는 반론도 있었다.

르세라핌은 데뷔 초에도 가창력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첫 단독 콘서트에선 일부 멤버가 립싱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들은 일주일 뒤인 이번 달 20일 같은 무대에 다시 선다.


고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