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세월호 분향소 어찌하나" 전주시 딜레마

입력
2024.04.15 18:20
풍남문광장에 무단 점거
민원 속출하자 철거 요청
단체 "공간 마련해 달라"
시 "지역 연관 없는 참사"

4·16 세월호 참사 10주년을 맞은 가운데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분향소를 두고 전주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향소이지만, 시유지에 설치된 이른바 '불법 건축물'이면서 광장 주변 상인들의 철거 요청도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풍남문광장 세월호 분향소는 지난 2014년 8월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이 설치한 뒤 2018년부터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이곳을 매일 지키고 있다. 이후 2022년 우범기 전주시장이 취임한 후 시는 시유지 무단 점거를 무기한 허용하기는 어렵다면서 같은 해 7월 시민사회단체 측에 분향소 자진 철거를 요청했다. 광장 주변에 추모 플래카드와 노란 푯말이 둘러싸경관을 훼손한다는 상인과 시민 민원이 속출했기때문이다. 시는 세 차례에 걸쳐 계고장을 보내는 등 행정대집행을 예고했지만 유족과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또한 세월호 참사 10주년을 맞아 시가 마냥 "법대로 철거"를 밀어붙이기엔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하지만 풍남문광장 상인들은 "빨리 철거하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장 인근서 9년째 식당업을 하는 표모(63)씨는 "전주는 세월호 참사와 큰 연관이 없다"며 "광장이 시민을 위한 쉼터로 조성돼야 하는데, 분향소 때문에 관리없이 방치만 된 공간으로 변했다"고 꼬집였다. 꽃집 대표 이모(74)씨도 "전국 유명세를 타는 한옥마을 앞 광장에 분향소가 왜 있냐"며 "전주에 대한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전주 서신동에 사는 이석민(63)씨는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건이긴 하지만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며 "남아 있는 애도 공간이라도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 측은 전주시가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반발한다. 이병무 세월호 참사 10주기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한참 철거 논란이 불거졌을 때 시에서 실내에 기억의 공간을 조성하는 등 대안을 제시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자진 철거를 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며 "타협을 하려고 하지 않으니 우리도 버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전국 어디에도 세월호 분향소가 남아있는 곳이 없다"며 "전주가 참사와 연관 있는 지역도 아닌데 실내 시설까지 내주며 전시·추모 공간을 지원해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원은 많지만 올해로 세월호 참사 10주년이라 당장 강제 철거를 이행하기는 어려워 난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주 김혜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