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본토를 향한 이란의 공습으로 전쟁 발발 위기가 커지면서 최근 급등한 유가와 환율의 추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비상대응체계에 돌입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부처 1·2차관을 비롯한 간부들과 함께 대외경제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중동위기 고조로 향후 사태 전개 양상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커질 수 있다"며 "관계기관 협업하에 철저한 상황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고물가, 고금리에 미치는 여파다. 중동위기가 반영된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미 국내 기름값도 급등세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687.39원이다. 올해 1월 1,500원대 중반 수준에서 10% 넘게 뛰었다. 이란-이스라엘 간 충돌이 지속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0~130달러대까지 급등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라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동위기는 연일 연고점을 갱신 중인 환율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2일 종가 기준 1375.4원으로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확전 양상으로 흐를 경우 안전자산인 달러 쏠림 현상이 강해져 환율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환율은 오를 수밖에 없고 (장기화할 경우) 과거 '오일쇼크'와 같은 시장 충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1970년대 연간 10% 안팎이던 한국 성장률은 2차 오일쇼크 영향으로 1980년 마이너스(-)1.6%로 고꾸라졌는데, 이와 같은 경제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기재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매일 가동해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24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상황별 대응계획 검토는 물론, 실물경제 동향 점검도 강화한다. 최 부총리는 "대외 충격으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경우, 정부가 필요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적기에 신속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