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서두르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몰아치고 있다. 총선 압승에서 확인된 '정권 심판' 민심을 앞세워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태도 여하에 따라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시사하며 압박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당내에선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를 다룰 특검법도 채 상병 특검법과 병합해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안의 파급력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다.
민주당은 5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다음 달 2일 본회의를 열고 채 상병 특검법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현재 168석으로, 법안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175석을 얻어 압도적으로 승리한 만큼 정권 심판론의 상징과도 같은 특검법 강행 처리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박성준 대변인은 14일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총선의 민의를 받들어 반성하고 있다면 채 상병 특검법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면서 "국회를 통과할 특검법에 윤 대통령이 또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은 단호하게 윤 대통령을 거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민주당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법 처리를 재차 촉구하며 정부·여당을 겨냥할 방침이다.
총선 이후 여당의 기류가 달라진 점도 민주당에 유리한 대목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 더해 국민의힘 일부 의원이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미 안철수 의원 등이 특검법에 찬성 의사를 밝히며 민주당에 힘을 실었다. 박 대변인은 "채 상병 특검법으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게 국민의 엄명인데, 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는가"라며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를 알고 있는 만큼 반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의 다른 정당들도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제1당인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의 통과를 주도해주길 바란다"며 "조국혁신당도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12석을 확보해 22대 국회 원내 제3당이 됐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자도 12일 YTN라디오에 나와 "채 상병 특검법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적극적으로 범야권의 일원으로서 협력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과 이종섭 특검법을 하나로 합쳐 '원 샷' 처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전 대사는 채 상병 사망 당시 국방부 장관을 지냈고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로 줄곧 거론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