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미국 언론은 모크와 메리엄(처녀시절 성)의 비행을 마치 레이스 중계하듯 보도했다. 그건, 적어도 시작 시점엔 둘의 의도가 아니었다. 모크가 훗날 자서전에 썼듯이, 최대 변수는 비행 자체보다 ‘여성 단독비행’이란 점이었다. 여성의 자동차 운전면허도 2017년에야 허용된 중간 기착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구경꾼들에게 둘러싸여 곤욕을 치러야 했고, 이집트에서는 카이로 민간공항이 아닌 군비행장에 착륙하는 바람에 긴 시간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경유지의 관료주의와 언어장벽으로 인해 지상에서 허비한 시간이 엄청났다. 이집트 관리들은 모크가 파일럿이란 사실을 믿지 않고 항공기 탑승권이 없다는 이유로 출국 도장을 찍어 주길 거부하기도 했다.
언론에 의해 둘의 비행이 경쟁처럼 소개되면서 후원사도 모크의 남편도 기착지에 착륙하자마자 정비-연료 충전 후 곧장 이륙하라고 종용할 때가 잦았다고 한다. 날개 일부가 얼고 엔진에 모래가 끼고 안테나 모터에 불이 붙는 등 여러 차례 위험한 순간이 있었지만, 운은 모크의 편이었다. 메리엄은 기체 결함과 물류 문제 등으로 레이스를 일찌감치 포기, 사이판에서 에어하트의 행적을 조사하고 싱가포르에서는 쇼핑을 즐기는 등 느긋하게 비행한 후 56일 만인 5월 12일에야 일주를 마무리했다. 그 덕에 모크도 스리랑카에서 코끼리를 구경하고 이집트에서 낙타를 타고 괌에서는 주지사 저택에 초대받아 만찬을 즐겼다.
모크는 수많은 여성 최초 기록을 수립했고, 메리엄 역시 에어하트가 실패한 경로로 세계를 일주비행한 첫 여성이 됐다. 메리엄은 이듬해 비행 중 기기고장으로 추락사했고, 모크는 경비를 감당할 수 없어 1968년 비행을 포기했다.
세계일주 당시 호출부호(N1538C)에서 따온 자서전 ‘Three-Eight Charlie(1970)'에 그는 환영인파의 환호를 두고 이렇게 회고했다. “사람들이 제게 해준 멋진 말들은 옳지 않은 것 같았어요. 저는 그저 즐기며 세상을 구경하기 위해 나갔다 온 것뿐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