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피해액 '225억→631억'… 검찰 추가 기소

입력
2024.04.12 18:13
'무자본 갭투자' 수법

경기 수원 등 수도권 일대에서 700억 원 규모의 ‘전세사기’를 벌인 임대인 일가의 추가 범행이 드러났다. 이들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300억 원대의 전세 보증금 편취 혐의를 더 밝혀낸 것이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5부(부장 이정화)는 사기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정모(59) 씨 등 3명에 대해 198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309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더해 추가 기소했다.

정씨와 그의 아내 김모(53)씨, 아들(29) 등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일가족 및 임대 업체 법인 명의를 통해 수원시 일대에서 800세대가량의 주택을 취득한 뒤 보증금 1억 원 내외의 임대차 계약을 맺은 임차인 213명으로부터 전세 보증금 225억 원을 받아 되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27일 기소됐다. 검찰은 정씨가 대출금이 700억 원을 넘는 채무 초과 상태인데도 구체적인 자금 관리 계획 없이 ‘돌려막기’ 방식으로 임대 계약을 이어간 점을 토대로 계획 범행으로 봤다.

정씨 일가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이들 일가로부터 동일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한 피해를 추가로 파악했다. 또 1차 기소 때 사기 전세보증금 규모를 당초 피해자들이 전세 계약을 연장하면서 증액한 보증금만 합산했는데, 관련 판결문 분석과 법리 검토 등을 거쳐 피해자들이 계약연장 후 돌려받지 못한 기존 전세보증금 97억 원까지 더해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밝힌 정씨 일가의 사기 범행 피해자 및 피해 금액은 1차 기소 때 213명 322억 원에서 2차 기소 때 198명 309억 원을 더해 411명 631억 원 상당으로 불어났다. 경찰도 피해자 100여 명의 피해 금액 180억원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이서, 정씨 일가의 최종적인 사기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조사 결과 정씨는 2000년대 서울 용산에서 전자제품을 판매하면서 번 돈을 들고 임대업에 뛰어 든 뒤 자기자본 없이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지난달 열린 재판에서 일부 전세 계약 사례를 제외한 사기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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