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원·달러 환율이 11.3원 급등하며 또 연고점을 갈아 치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환율 관련 발언 때문에 상승폭을 키웠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75.4원으로 마감했다. 2022년 11월 10일 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 9.2원 올라 1,36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깬 지 불과 하루 만의 기록 경신이다. 장중 최고가는 1,375.5원이다.
환율은 장 초반만 해도 상승폭이 전날 대비 3, 4원 수준에 머물렀다. 급격히 우상향한 것은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가 열리던 오전 11시 40분부터다. 이 총재는 당시 "'1,360원 이렇게 됐는데 왜 패닉(공황)이 적나'라는 것은 환율이 우리나라만 절하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연금이나, '서학개미(미국 등 해외주식을 거래하는 개인투자자)' 등의 해외 투자가 많이 늘고 해외 자산이 굉장히 늘어 선진국형 외환시장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것도 불안이 적은 이유로 들었다.
문제는 시장이 그의 발언을 '1,360원 수준에서는 당국의 가격 개입이 없구나'라고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최진호 우리은행 연구원은 "올해 초만 해도 1,350원, 1,360원이 심리적 저항선이었고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도 그 정도 수준에서 들어왔는데 (이 총재가) '다른 통화와 똑같이 저하되고 있으니까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발언하니 '롱플레이(환율 상승을 예상하고 원화를 미리 매도하는 것)'가 가속화했다"고 평가했다.
그 외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보다 이른 6월 금리인하를 시사하면서 달러가 강세 전환한 것, 이달 배당금 해외 송금으로 원화 가격이 떨어질 것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미리 원화를 매도한 것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자산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는 위험도 상존하는 만큼 면밀한 관찰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