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발전소 등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공습을 퍼붓고 있다. 에너지 시설이 파괴되면 러시아의 전쟁 목표인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등 서방 국가의 군사 지원 흐름이 약해진 상황에서 거친 공세를 맞닥뜨린 우크라이나는 방공 시스템 위주의 추가 무기 지원을 연일 호소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하며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 공격은 우크라이나 군수 산업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목표인 우크라이나 비무장화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도 "공중·해상 기반 장거리 정밀 무기와 무인기(드론)로 우크라이나 연료·에너지 시설을 공격해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 본토에 있는 발전소, 정유소 등에 무인기 공격을 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대응할 의무가 있었다"고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 공격이 보복성이라는 것이다.
러시아의 '전략적 공세'를 우크라이나는 막아내지 못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에서는 관련 시설이 파괴·손상됐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키이우와 주변 도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프리필스카 화력발전소가 완전히 파괴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발전소가 불길에 휩싸인 장면이 담긴 영상이 퍼졌다. 우크라이나 전력망 운영사인 우크레네르고는 키이우, 오데사, 하르키우, 자포리자, 르비우 등 주요 도시의 발전 시설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서는 "하르키우에서 20만 명의 주민이 정전 위기에 처했다"는 발언도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전선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가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3일까지 일주일간 동부에 사용한 유도폭탄이 500발 이상"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고성능 폭약과 산탄식 폭탄에 유도 시스템과 날개를 장착해 목표물을 비교적 정확히 공격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가 최전선 흐름을 주도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유도폭탄이라는 게 우크라이나 정부의 분석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최전선 진군 및 원거리 공습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당장 방공 시스템을 지원받아야 한다고 연일 호소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40발 이상의 미사일과 40대 이상의 드론을 퍼부었지만 일부만 격추할 수 있었다면서 "(서방 국가들은) 눈감지 말고 더 많은 방공 시스템을 제공해달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6일에도 우크라이나 전역을 방어하려면 미국산 방공 시스템인 패트리엇이 최소 25기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601억 달러(약 83조 원) 규모의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은 의회에 표류 중이다.
무기 부족과 동시에 병력 부족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날 추가 징집을 목표로 하는 군 동원법안이 의회를 통과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서명 후 시행되는 해당 법안에는 △징집 기피자에게 운전 금지 등 제재를 가하고 △징집 대상자가 해외에서 영사 서비스를 받는 데 제한을 두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