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ATM이냐" 정의당에 뿔난 진보 유권자들… 왜?

입력
2024.04.12 20:00
12년 만에 원외정당 추락한 정의당
고개 숙인 포스터에 후원계좌 넣어
지지자들 "뭘 다시 시작하냐" 비난
18원·4원 등 항의 의미 입금하기도

22대 총선에서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해 원외정당으로 추락한 녹색정의당이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포스터에 지지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2일 여러 진보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의당이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포스터가 공유되고 있다. 해당 포스터에는 "다시 시작하겠다. 22대 총선은 이렇게 마무리되지만 한국 사회의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 가기 위한 녹색정의당의 진보정치는 계속될 것이다. 여러분과 계속 함께하겠다. 녹색정의당과 함께해 달라"는 글과 고개 숙인 선거대책위원회 위원들의 사진이 담겼다.

포스터 하단에는 당을 후원해달라는 문구와 함께 후원계좌 번호가 크게 적혀 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실망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정의당이 반성은커녕 후원을 요구한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누리꾼들은 "다시 시작하게 돈을 달라는 거냐" "유권자 수준은 올라가는데 영원히 따박따박 표를 줄 줄 알았냐" "뭘 다시 시작하냐, 0(명)이면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ATM(현금자동인출기)이냐. 뻔뻔하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욕설과 항의의 의미로 18원, 4원을 후원했다는 인증 글과 사진도 등장했다.

광주 서구을에서 낙선한 강은미 후보도 구설에 올랐다. 강 후보는 구민들에게 감사 인사 문자와 함께 후원계좌를 전달했다. 강 후보의 문자를 받았다는 한 누리꾼은 "선거는 질 수 있고, 낙선 인사 문자 보내는 것도 그러려니 하는데, 계좌번호는 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정의당이 선거비를 보전받지 못해 후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비용제한액 범위 내에서 선거 후 국가가 선거비를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득표율에 따라 보전 비율이 달라지는데 득표율이 10% 미만이면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한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국 254개 지역구 중 17개 지역구에 후보를 냈다. 그러나 18.41%의 득표율을 기록해 선거비를 전액 보전받는 심상정 경기 고양갑 후보와 득표율 14.66%로 선거비 절반을 보전받는 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15명 후보는 득표율이 10% 미만이라 선거비를 보전받지 못한다.

정의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 정당인 녹색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2.14%로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녹색정의당의 유일한 지역구 현역 의원인 4선 심상정 의원마저 낙선하면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해 12년 만에 원외정당으로 추락했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당내 주요 인사였던 류호정, 박원석 전 의원 등이 잇따라 탈당하면서 분열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 비례 위성정당에 불참했고, 지역구 연합도 하지 않는 등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의당이 후보를 낸 일부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적은 표차로 낙선하면서 "정의당이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