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행에 기물 파손… 지하철 취객과 전쟁 매일 30건

입력
2024.04.12 14:30
지하철 음주 관련 민원, 1분기 2,545건
34개역서 음주 피해 예방 캠페인 실시

#지난달 8일 오후 8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술에 취한 승객이 이유 없이 개찰구를 발로 차며 소란을 피웠다. 역무원이 제지하자 취객은 오히려 폭언을 쏟아냈고, 결국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같은 달 31일 오후 5시쯤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는 환승 통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던 50대 남녀 취객이 비틀거리다 뒤로 넘어져 뒤에 서 있던 80대 여성 2명을 덮쳤고, 다친 1명이 119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음주로 인한 지하철 안전사고가 하루 약 30건씩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역무원들이 폭언·폭행은 물론 소화기 분사나 기물 파손 등 온갖 사고 수습에 시달리고, 취객 부주의로 다른 일반 승객도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서울교통공사는 주요 역사에서 대대적인 안전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12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3월 공사 고객센터에 접수된 취객 관련 민원 문자는 총 2,545건으로, 하루 평균 28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469건)보다 조금 늘었다.

지하철 음주 사고는 대부눈 술에 취한 상태에서 계단 또는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를 잡지 않아 중심을 잃고 넘어져 발생한다. 본인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칠 때도 많다.

역사 직원이나 승객이 정상적인 의사 소통이 어려운 음주자를 통제하려다 되레 폭언·폭행을 당하는 일도 끊이지 않는다. 올해 1, 2월 발생한 지하철 내 폭언·폭행 피해 사례 중 음주로 인한 비율이 72.7%에 달한다. 2021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공사 직원이 취객에게 폭언·폭행을 당한 경우도 527건이나 된다. 때로는 취객들이 출동한 경찰이나 119구급대원에게까지 폭언이나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공사는 나들이 승객이 증가하는 4~6월 사고가 많은 34개역에서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대대적인 안전 캠페인을 연다. 공사는 “음주자의 에스컬레이터 이용 시 사고 발생 위험을 알리고, 승객과 직원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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