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부럽지 않다"... 12년 전 소원 성취한 치킨집 대표

입력
2024.04.12 14:00
12년 전 치킨 배달하다 기부해
치킨 16마리 지역 보육원에 기부

12년 전 한 보육원에 치킨을 사준 10대 배달원이 치킨집 사장이 돼 치킨을 기부한 사연이 알려졌다.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소원 성취했다. 보육원 치킨 봉사하고 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치킨집을 운영한다고 밝힌 작성자 A(31)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 재산 다 쏟아부어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장사 시작하기 전부터 보육원에 치킨 봉사하러 가고 싶었는데 지난 1년간 시간도, 금전적 여유도 없어서 이제야 했다"고 적었다.

글에 따르면 A씨는 12년 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연히 보육원을 방문했다. 당시 19세였던 그는 아이들을 위해서 사비로 치킨을 사서 나눠 주며 '나중에 꼭 치킨집 사장이 돼서 한 번 더 해보자'고 다짐했다. 30대가 된 A씨는 실제로 치킨집 사장이 됐고, 과거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근처 보육원에 나눔을 실천했다.

A씨는 치킨 16마리와 대용량 양념 소스를 준비했다. 그는 "인원이 적어서 15마리면 충분하다고 하셨지만 한 마리는 서비스로 추가했다"며 "이렇게 많은 닭을 한 번에 튀기는 건 처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치킨과 함께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켓몬스터 피카츄 가방 여러 개도 선물했다.

A씨는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려고 했는데 아직 하교 시간이 아니라서 전달만 하고 왔다"며 "어렸을 때 꿈을 드디어 이뤄서 너무 행복하다. 오늘만큼은 빌 게이츠가 부럽지 않다"고 소회를 남겼다. 그러면서 "치킨을 배달하고 가게로 돌아오면서 12년 전 제 소원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내내 웃으면서 왔다"며 과거 보육원에서 찍은 자신의 사진과 현재 모습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다.

훈훈한 사연에 속칭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겠다며 가게 위치를 알려달라는 누리꾼들의 요청도 이어졌다. A씨는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위치는 비밀"이라며 "앞으로 이 한 몸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도우면서 살겠다"고 답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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