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최대 격전지 ‘한강벨트’에서 서울 광진갑에 출마한 김병민(42) 국민의힘 후보는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국정 운영"을 여당 참패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논란부터 분위기가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했고, 국민 건강권이 달린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강력 드라이브가 정부의 독선적 이미지와 맞물리면서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982년생으로 만 42세인 김 후보는 정치권에선 '청년'으로 통하지만, 경력은 베테랑급이다. 28세에 서울 서초구의회 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본격 입문한 그는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과 당 비상대책위원, 대통령 후보 대변인, 선출직 최고위원 등을 거치며 내공을 쌓았다. ‘금배지’와 인연은 아직이다. 4년 만에 다시 광진갑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 47.46%를 득표,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에 약 5%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김 후보는 1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광진갑이 나고 자란 고향인 데다, 오랜 기간 공들여 다진 정치적 기반이라 살갑게 응원을 건네는 시민이 많았다고 했다. ‘말 없는 다수’의 존재를 깨달은 건 성적표를 받아 든 이후였다. 김 후보는 "투표 결과를 보고 나니 ‘말 없이 지나간 시민들 중 정부에 강한 불만을 가진 분이 상당히 많았구나’ 싶었다"고 했다.
선거가 끝난 지금, 보수 정당의 위상에 대해 그는 "4년 전 미래통합당 총선 참패 때로 도돌이표 됐다"고 평가했다. 당시 패배의 충격 이후 각고의 노력으로 변화·혁신하며 대선 승리를 가져왔는데, 거꾸로 회귀해 다시 원점에 섰다는 얘기다. 김 후보는 "집권당이 된 만큼 당뿐 아니라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의 처절한 노력이 있어야 국민 마음을 가져올 수 있다"며 "첫째 사람, 둘째 메시지, 셋째 정책 방향에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원치 않는 극단적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보수가 먼저 끊어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게 김 후보의 판단이다. 그는 "상대가 공격하고 분노의 정치를 쏟아낸다고 맞불을 놓을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소통하고 일하는 국회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야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캠프와 당 지도부에 몸담았던 만큼 스스로도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과 정부가 쇄신하도록 목소리를 내고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