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대기업에 가장 많은 전직 관료는 국세청 출신이었다. 법조인 가운데서는 판사 출신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는 전직 검사가 이들을 모두 앞질렀다. 왜 그랬겠나. 돈은 눈치가 빠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최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기업에 사외이사로 영입되는 전직 검사의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 전관 가운데 최대 다수를 차지할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리더스인덱스는 최근 국내 30대 기업집단의 올해 신규 추천 사외이사 103명 가운데 39.8%(41명)가 관료 출신이며, 이 가운데 전직 검사가 19.5%(8명)로 가장 많다고 밝혔다. 매출 상위 30대 그룹의 237개 계열사 중 3월 4일까지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한 71개사의 주주총회 소집결의서 분석 결과다.
이 조사에서 판사 출신 사외이사는 14.6%(6명)에 그쳤다. 전통적으로 사외이사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전직 관료인 국세청 출신은 12.2%(5명)로 산업통상자원부 출신과 함께 세 번째로 밀려났다. 금융위원회(7.3%, 3명), 기획재정부(4.9%, 2명) 출신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추세를 놓고 박 대표는 "대기업 사외이사와 임원 가운데 유독 전직 검사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정치·사회 권력의 순위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다른 전관에 비해 전직 검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것은 이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사) 방패막이 역할을 기대하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정·관계 요직을 전직 검사가 다수 차지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뜻이다. 박 대표는 "기업 업무에 필요한 전직 검사의 전문성이 갑자기 커진 것도 아닌데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정부 정·관계 요직에 검찰 출신이 확실히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걸 보여주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대기업이 전직 검사를 영입하면서 주로 사외이사직을 주는 것을 놓고 "권력 핵심부의 측근을 어느 자리라도 만들어 모시는 게 곧 더 많은 돈을 버는 방법이라고 기업들이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수사 전문가인 이들이 사외이사 고유의 업무에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