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법원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3)씨의 범죄인 인도를 다시 승인, 다시 미국행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줄곧 권씨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인도국 결정 권한을 갖게 되면서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 포베다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이날 권씨에 대해 '한국과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위한 법적 요건이 충족됐다며 범죄인 인도 허가 결정을 내렸다.
당초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씨를 미국으로 보내기로 했다가 지난달 이를 뒤집고 한국 송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이 "범죄인 인도국을 정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며 대법원에 적법성 문제를 제기해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이를 검토한 끝에 대검찰청 의견을 수용, 하급심 결정을 깨고 원심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 번복에 따라 권씨의 미국행 가능성도 다시 커지게 됐다. 파기 환송 재판부(고등법원)는 한국과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 요건 충족 여부만 판단하고, 권씨가 어느 나라에서 재판을 받게 될지는 밀로비치 장관이 결정한다. 권씨 측의 항소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밀로비치 장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권씨의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인물이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의 폭락 위험성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숨긴 채 해당 화폐를 계속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50조 원가량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2월 권씨와 테라폼랩스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뉴욕 연방 검찰은 한 달 뒤 증권 사기, 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몬테네그로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지난달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된 상태다. 권씨는 줄곧 중형이 예상되는 미국행 대신 한국 송환을 희망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