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에 대해 중징계 수순에 들어갔다. 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발성 연습을 해야 한다"는 출연자의 발언을 내보낸 라디오 프로그램을 중징계했다.
선방위는 11일 회의를 열고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올해 2월 25일 방송한 '세계가 주목한 ‘디올 스캔들’ 사라진 퍼스트레이디' 방송에 대해 중징계를 전제로 방송사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기로 의결했다. MBC는 이 보도에서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주면서 몰래 촬영한 영상 일부를 공개하며 '함정 취재가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 의견 등을 전했다. 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 모녀가) 모두 23억 원을 벌었다"고 보도했다.
선방위원 9명 중 6명은 이 보도가 △몰래 촬영한 영상을 정상 취재라고 왜곡했고 △인터뷰 대상자를 편향되게 선정했으며 △법원이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자료(검찰 의견서)를 근거로 제시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단정적으로 방송했다고 봤다. 선방위원 1명은 "(선방위 심의 대상인) 선거 방송으로 보기 어렵다. 선방위에서 심의하지 않는 게 좋다"며 '의결 보류' 의견을 냈으나 소수였다. 선방위는 이후 회의에서 MBC 제작진의 의견을 들은 후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선방위는 이날 CPBC가톨릭평화방송의 라디오 방송 '김혜영의 뉴스공감'의 2월 7일 방송에 대해 법정제재인 '경고'를 의결했다. 이 방송에 출연한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 대해 "한동훈 위원장은 화법 자체가 지도자의 화법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 등은 인신공격성 발언이며 조롱과 희화화에 해당한다고 봤다. 김 전 의원은 해당 방송에서 "(한 위원장은) 당장 오늘부터 가셔서 숨쉬기 호흡 연습부터 하셔라. 그렇게 숨찬 걸로 하시면 듣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귀가 괴롭다"고 말했다.
평화방송 제작진은 서면 의견진술서에서 "정치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화법, 덕목에 대해 전직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히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방위원 과반이 "모든 정치인이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데 이렇게 발언한 것은 모욕"이라며 중징계했다.
총선은 끝났지만 선방위는 투표 종료 30일 후까지 심의를 계속한 후 활동을 마무리한다. 이번 22대 총선 선방위는 위원 9명 중 과반이 여권 추천 위원들로 구성돼 지난해 12월 발족 때부터 편향성 논란이 일었다. 또 김 여사 디올백 논란, 이태원 참사,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 등 선거와 관련 없는 보도까지 심의·징계해 '월권 심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