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은 "왜 의대 증원 '2000명' 고집하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與 3040 낙선자의 고언]

입력
2024.04.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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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하지 못한 '소통 부재'가 패인"
"다양한 소수자 포용하는 보수 돼야"

"유세 현장에서 한 시민이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왜 끝까지 (의사 정원 확대) '2,000명'을 고집하느냐'고요. 그때 느꼈어요. 의료 분쟁으로 국민들이 삶에서 당장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정부가 조금 더 유연했으면 어땠을까요."

EBSi에서 '레이나'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은 영어 강사 김효은(41) 후보의 국민의힘 입당은 4·10 총선에서 단연 화제였다. 지난 2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를 '험지 중의 험지'로 꼽히는 경기 오산에 투입했지만, 40.98%의 득표율을 얻고 낙선했다. 강사 시절 많은 학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이해시켰던 김 후보였지만, '왜 이렇게 고집을 피우냐'는 유권자의 질문에 시원하게 답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가 1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유연하지 못한 태도'와 '소통 부재'를 보수의 패인으로 꼽은 이유다.

지난 2월 인재 영입으로 갑자기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지역구에 투입됐다. 애당초 첫술에 배부를 생각은 없었다. 오산 유권자들에겐 낯설 수밖에 없는 후보였기에 초반 유세 분위기는 냉랭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게 살갑게 인사하는 유권자가 늘어났다. 그는 "김효은씨는 좋은데 이번에 2번은 절대 안 돼"라는 유권자들의 말에서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느꼈다고 했다. 뛰어넘을 수 없는 '정부심판론'의 벽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총선 과정 중 이종섭 전 호주대사 출국,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황상무 언론인 회칼테러 논란 등 '여권발 악재'가 잇따르면서 냉랭해지는 민심을 확인했다는 게 김 후보의 설명이다. 그는 "'보수'라고 하면 상당히 폐쇄적이라는 이미지가 만연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국민의힘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여성과 약자, 아이들 등 다양한 소수자 목소리를 듣고 자유민주주의 가치 안에서 다양한 계층을 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외연 확장'이 선택이 아닌 필수다"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듯하다. 이제 막 40줄에 들어선 4세 아기 엄마로서, 저출생과 교육 등은 내려놓을 수 없는 화두인데 이를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할 계획이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만 뛰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정신머리면 곤란하다"며 "앞으로 오산 발전은 물론이고 국가를 위해 당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