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공산당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북중 간 교역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방북이 한반도 긴장 이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내놨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통제력을 미국에 보여주려는 의도가 이번 방북에 내재돼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해온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1일 "자오 위원장의 이번 방북은 북중 관계 강화와 한반도 안보 위기 방지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정지융 푸단대 한국연구센터 소장은 이 신문에서 "북한과 한미동맹 간 긴장이 고조되는 민감한 시점에서 자오 위원장의 방북이 이뤄진다"며 "이번 방북이 한반도 안보 상황에 확실성을 더하고 잠재적인 위기를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문은 "자오 위원장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중국은 북한의 코로나19 이후의 회복을 실현하도록 도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소개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위축됐던 북중 간 교역과 관광객 왕래 등을 다시 활성화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방북을 기점으로 북한과 중국이 교류를 확대할 수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의 방북 재개 등 국경의 완전 개방 여부 등의 조치가 뒤따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국 발표에 따르면, 자오 위원장은 북중 수교 75주년 기념 행사 참석을 위해 11~13일 2박3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다. 이 기간 자오 위원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따로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오 위원장은 시진핑 국가주석, 리창 국무원 총리에 이어 중국 권부 서열 3위의 고위급 인사다. 2019년 6월 시 주석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정치국 상무위원급 인사가 방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오 위원장의 방북을 통해 "'중국이 한반도 정세에서 긴장 이완을 주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중 간 소통 강화는 미국을 의식한 행보"라며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전략 도발까지 나아가지 않도록 중국이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중 관계 회복 시도가 미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 오히려 북미 간 긴장 이완을 위한 것이란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란 뜻이다. 류동슈 홍콩시립대 교수도 미국 CNN 방송에 "중국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중 관계 회복세가 김 위원장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북러 간 밀착으로 약화된 중국의 대(對)한반도 영향력을 회복하려면 북중 정상회담 옵션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서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지난달 김성남 북한 국제부장의 중국 방문에서 이미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 문제가 논의됐을 수 있다"며 "자오 위원장의 이번 방북은 후속 논의를 위한 걸음"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