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에서 확실한 사실 하나는 인간이 우주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우주의 밀도는 암흑에너지가 전체의 73%를 차지하고 암흑물질이 23%이며 관측 가능한 물질은 4%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은 존재한다는 것만 간접 유추할 수 있을 뿐 그 정체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천문학이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인 이유다.
‘은하의 모든 순간’은 국내 최초로 외부 은하를 관측한 은하 관측천문학자인 안홍배 부산대 명예교수가 쓴 천문학 연구 이야기다. 지난 100여 년간 천문학의 발전과 저자가 50년 가까이 매진해 온 연구 과정을 엮어 썼다. 전문 학술서는 아니지만 쉬이 읽히는 책은 아니다. 섬우주설, 허블상수, 상대성이론, 퀘이사, 우주배경복사 등 천문학에 관심이 깊지 않다면 벽에 부딪힐 만한 낯선 개념과 이론이 수시로 등장한다.
비전문가에겐 다소 장벽이 있는 책이지만 저자가 안내하는 길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우주의 비밀을 찾아가는 천문학의 매력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저자가 한겨울에 20㎏이 넘는 짐을 메고 두 시간 반을 등산해 영하 10도의 추위를 견디며 은하를 관측했던 이야기부터 우주론 변혁기에 국내 1세대 은하 연구자로서 세계의 유명 학자들과 교류하며 연구를 수행해 온 이야기가 펼쳐진다. 20세기에서 21세기까지 이어진 여러 천문학적 발견과 학문적 성과를 소개하며 현대 천문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이해를 돕는다. 책은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던진다. 우주는 빅뱅과 함께 시작한 것일까, 아니면 시작도 끝도 없는 무한한 것일까. 보이지 않는 우주의 96%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 책을 덮고 나면 밤하늘이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