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돌아온 드라마와 영화 '기생수'

입력
2024.04.15 21:35
베일 벗은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오른손 VS 한쪽 얼굴…달라진 신체 변형 부위
원작자 "독자적인 발상·아이디어 곳곳에서 엿보였다"

'기생수'가 드라마와 영화로 콘텐츠 이용자들을 만나고 있다. 모두 이와아키 히토시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매력은 다르다. 그 덕분에 대중은 더욱 풍성한 즐길거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는 지난 5일 베일을 벗었다. 이 작품은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 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 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전소니)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

일본 영화 '기생수 파트1'과 '기생수 파트2'는 2015년 베일을 벗었다. 그러나 10주년을 기념해 재개봉을 알렸고 '기생수: 더 그레이'와 비슷한 시기에 대중을 만나게 됐다. 파트1은 지난 17일 재개봉했으며 파트2는 다음 달 7일 관객들을 찾아간다. 일본 영화는 고교생 신이치(소메타니 쇼타)와 그의 오른손을 차지한 기생생물 오른쪽이가 인간의 뇌를 점령한 다른 기생 생물과 맞서 싸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드라마 '기생수: 더 그레이'와 일본 영화 '기생수 파트1' '기생수 파트2'는 모두 이와아키 히토시 작가의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다. 연상호 감독의 '기생수: 더 그레이'는 한국에 기생 생물이 떨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세계관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은다.

'기생수', 한국 드라마와 일본 영화의 차이점

한국 드라마와 일본 영화는 다른 국가,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담는다. 주인공이 기생 생물의 영향을 받아 변화한 신체 부위부터 다르다. 신이치가 오른손이 이전과 달라졌다면 수인은 자신의 달라진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기생 생물 하이디가 의식을 지배할 때마다 수인의 한쪽 얼굴에서는 촉수가 돋아난다. 수인은 가족의 보호 없이 홀로 남게 된 가정폭력 피해자이지만 신이치에게는 따뜻한 어머니가 있다.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는 준경(이정현)이 이끄는 기생 생물 전담팀의 존재도 눈길을 끈다. 준경 역시 원작에는 없는 인물이다. 전담팀 더 그레이와 경찰들의 모습을 통해 작품이 주는 '조직의 힘'에 대한 메시지가 더욱 강조된다. 조직을 위해 몸바쳐 싸우는 이도, 배신하는 이도 있지만 이들의 활약이 그려지는 과정에서 '모든 생물은 공존한다'는 연상호 감독의 메시지가 빛을 발한다.

연상호 감독에게 이전의 작품을 그대로 가져오려는 생각이 없었기에 '기생수: 더 그레이'와 일본 영화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처음 구상할 때부터 '기생수'를 한국화하는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원작의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면?'이라는 설정이 있었다. 굳이 오른손이 같은 설정은 필요 없었다"고 말했다. '기생수' 원작의 매력을 극찬한 연 감독은 '팬픽'을 만든다는 느낌으로 '기생수: 더 그레이'를 제작했다고도 밝혔다.

'기생수: 더 그레이'의 슬기로운 변형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안기는 중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원작 만화와 한국 드라마, 일본 영화의 매력을 비교하는 글들이 게재되고 있다. 원작 만화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 작가 역시 '기생수: 더 그레이'와 관련해 "독자적인 발상과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엿보였고, 저는 원작자이면서 동시에 완전한 관객으로서 즐겁게 봤다"고 이야기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한동안 뜨거운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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