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명. 22대 국회를 이끌어갈 초선 의원 숫자다. 300명의 의원 중 초선 비율이 절반(151명)을 넘었던 21대 국회와 비교하면 ‘정치 신인’의 입지는 다소 줄었다. 새로운 정치, 개혁적인 정치 실험 대신 주류 세력의 ‘호위무사’로 나서는 데 급급했던 21대 초선 의원들에게 실망한 유권자들의 표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2대 국회 당선자 중 초선은 131명(43.6%)으로 가장 많았다. 재선은 80명(26.6%), 3선은 47명(15.6%), 4선 24명(8%), 5선 14명(4.6%), 6선 4명(1.3%)이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의 초선이 60명, 국민의힘 28명, 더불어민주연합 13명, 국민의미래 16명, 개혁신당 3명, 조국혁신당 11명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을 합치면 총 117명의 초선이 거대 양당 소속이다. 민주당 계열은 전체 175명 의원 중 73명(41.7%), 국민의힘 계열은 108명 중 44명(40.7%)이 초선이다. 지역별로 보면 민주당은 수도권(서울 8명, 경기 21명, 인천 5명)에 34명의 초선이 몰려있다. 민주당이 싹쓸이한 광주는 민형배(재선) 당선자를 제외한 7명이 모두 초선이다. 국민의힘은 부산(7명)과 수도권(서울 6명, 경기 1명)에 초선이 많다.
숫자만 보면 국회 세대교체가 진행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친윤석열계, 민주당에서는 친이재명계 인사들이 핵심이라 ‘초선다운 목소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는 강명구·박성훈·안상훈·임종득·조지연·주진우 당선자가 대통령실 출신이다. 민주당엔 ‘대장동 변호인단’으로 불리는 김기표·김동아·박균택·양부남·이건태 당선자 등 원외 친명계가 초선으로 대거 합류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천 과정부터 여야 모두 능력과 전문성보다 권력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서 발탁된 경우가 많았다"며 "'재선을 하려면 충성을 해야 공천을 받겠구나'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 것"이라고 우려했다.
역대 국회 초선들은 정치 변화의 선두에 섰다. 국민의힘 계열에선 개혁성향의 소장파 모임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민본21(정태근·김선동·김영우 등)이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계열에서는 ‘정풍운동’으로 동교동계를 물러나게 했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있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선 이런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국민의힘 초선들은 전당대회 때 연판장을 돌려 나경원 의원의 출마를 막고 이슈마다 대통령이나 윤핵관의 돌격대를 자처했다. 민주당 초선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는 팬덤정치에 편승해 무리한 법안 강행을 주도하고,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거래·보유 의혹이 불거지자 앞장서서 감쌌다. 초선들이 주류 권력에 편승해 진영정치에 앞장서는 전사(戰士)로 나서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국민 갈등 해소'라는 정치의 기능을 국회가 복원하려면 22대 초선들도 소신 있는 의정 활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병국 전 의원은 "국회에 처음 입성해 좌충우돌하면 선배들의 말에 주눅이 든다"며 "깊이 있게 공부를 해서 가치 중심으로 초선끼리 연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정 전 의원은 "(권력에 끌려가지 말고)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이라는 점을 늘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