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남매' 이진주 PD "'환승연애'와 비교? 제 방송에 집중" [인터뷰]

입력
2024.04.21 20:49
예능 '연애남매' 이진주 PD 인터뷰
왜 '연애 하는 남매'에 집중했을까
'환승연애'와 비교에 밝힌 소신

이진주 PD처럼 MZ세대를 '꽉' 잡은 연애 예능 연출가가 있을까. '환승연애' 시리즈부터 '연애남매'까지 신드롬급의 인기를 구가하면서 종횡무진 중이다.

최근 이진주 PD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JTBC 사옥에서 본지와 만나 JTBC와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연애남매'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연애남매'는 남매들이 모여 서로의 연인을 찾아가는 가족 참견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환승연애'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진주 PD의 신작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 PD는 실제로 연애 예능을 즐겨보는 마니아다. 학창 시절 '짝' '산장미팅'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면서 컸고 최근에도 '블라인드 러브'를 봤다는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출연자들이 감정을 교류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은 이 PD를 매료시켰다.

7회에서는 뉴 페이스인 윤재와 지원 남매를 비롯해 재형과 세승, 용우와 주연, 윤하와 정섭, 초아와 철현 남매까지 모든 이들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진주 PD는 캐스팅 비화에 대해 "몇 주를 해도 한 명도 못 찾을 때가 있다. 그러면 제작진도 우울해진다. 거대한 바다에서 낚싯대를 띄우고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이는 '환승연애' 등 이전의 프로그램들에서도 겪었던, 익숙한 고통이다. 특히 남매가 동시에 매력적이면서 솔로라는 높은 허들이 캐스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진주 PD는 무려 40~50명을 직접 만났다면서 "시청자들이 이 남매를 애정 어린 눈으로 봐야 했다. 제작진이 봤을 때 만나고 싶은 사람,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이 캐스팅의 기준이었다. 대중적인 호감도를 살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남매의 케미스트리, 또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들을 고려해 지금의 라인업이 완성됐다. 유독 어려웠다는 이번 섭외 과정을 떠올린 이 PD는 "형제나 자매로 확장하는 세계관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프로그램 구성적으로 복잡할 것 같았다"라면서 초기 기획을 고수했던 이유를 밝혔다.

그런가 하면 최근 많은 연애 예능에서 이른바 '빌런'이 뜨거운 감자다. 연애 예능에서의 빌런은 주로 여러 명에게 감정을 표현하거나 갈등을 자아내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도맡는다. 이를 두고 이 PD는 "아직까지 저희 프로그램은 중후반을 가고 있고 감정이 쌓이는 단계다. 좀 더 솔직해진다면, 그런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시청자들이 기준에 맞지 않을 때 빌런이라고 부른다. 연출자들이 최선을 다 해서 캐릭터를 이해시키는 것이 저희의 숙제다"라고 말했다. 다만 솔직히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출연자의 용기이기 때문에 제작자로서는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방송 초반 초아는 늦은 퇴근으로 남성 출연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여기에는 제작진이 개입, 초아의 일정을 조율해야 했다는 비하인드가 있었다. "출연자들 모두 나름의 스케줄이 있었어요. 지원 윤재가 메기로 대체된 것은 아닙니다. 기존 멤버들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녹화 임박해서 취소됐고 원래 초아와 철현이 후 투입이었는데 바꾸게 된 건데 잘못 알려졌더라고요."

'연애남매'를 보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환승연애'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비슷한 포맷 안에서 이 PD 특유의 서사를 풀어내는 과정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공개되면서 두 프로그램의 비교는 더욱 빠르게 이뤄졌다. 이에 이 PD는 "아주 작은 변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관계성을 가진 한 쌍이, 전 연인에서 남매로 바꾼 것이다. 비슷하면서도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기획 단계에서 이 PD는 무겁고 슬픈 분위기가 아닌 경쾌한 리듬을 강조했다. 유쾌하면서도 시트콤처럼 북적북적한 무드를 원했던 것이다. 메인 OST부터 따스한 톤과 매너를 담으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이 PD의 예능은 유독 공간에 대한 의미가 각별하다. 이 PD는 '환승연애' 연출 당시 제작비의 높은 비율을 숙소에 투자할 만큼 배경을 강조했다. 특히 시즌2 당시 한남동에 위치한 주택 대여 비용만 무려 1억 원에 달한다. 앞서 이 PD는 유튜브를 통해 "장소 섭외가 가장 힘들다. 이미 화려한 연예인들과 달리 비연예인들은 시청자들이 처음 보는 인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연예인 출연자들을 특별한 장소에 모셔야 했다"라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이 PD의 소신을 다시금 느꼈다. "집에서 주는 에너지가 중요해요. 집에 단둘이서 이야기하는 밀실이 있다면 너무 편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집을 만났죠. 지하실을 꾸미고 특별하게 그 공간을 인식하고자 비밀스럽게 공개했습니다. 이번 집 대여비는 1억까진 들지 않았고 제작진이 리모델링도 해드렸습니다.(웃음)"

아울러 '연애남매'와 '환승연애'가 비교선상에 오른 것에 대해 "시기가 겹치게 됐지만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전과 다른 결을 보여주고 싶었던 의지가 강했다. 기획을 하면서 진짜 재밌고 유쾌한 연애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강했다"라고 피력했다. 다만 그에게도 '환승연애' IP(지적 재산권)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단다. 이 PD는 "전혀 아쉽지 않다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 뭔가를 헤어져야지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뭔가를 놓아야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 저는 더 성장했다고 느낀다"라고 고백했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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