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울었던 '와신상담' 박수현… 세 번째는 웃었다 [화제의 당선자]

입력
2024.04.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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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맞붙은 5선 정진석 꺾어
선거전 초반 열세 뒤집고 역전극
윤 대통령 '고향'에서 정권에 엄중경고

“선수 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이제는 정권교체입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세 번째 도전 끝에 국회 입성에 성공한 박수현(59)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11일 “민심이 참으로 무섭다”며 “정치복원, 민생회복을 유권자들이 내린 명령으로 알고 주민들을 잘 모시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박 당선자는 전날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50.66%를 얻어 48.42%에 그친 정진석 국민의힘 후보를 2,780표 차이로 따돌리고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예상을 뒤엎은 승리다. 20대와 21대 총선에서 박 당선자는 정 후보에게 각각 3.17%포인트와 2.22%포인트 뒤지면서 연거푸 고배를 들었다. 이번에도 선거전 초반 각종 여론조사 득표율에서 10%포인트 이상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 세 번째 도전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선거전 막바지 박 당선자의 간절한 호소가 이곳의 표심을 움직였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그는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지난 3일 공주시 유구읍 유세에서 연설 도중 울먹이며 “낙선하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며 “제발 이번만큼은 기회를 달라”고 배수의 진을 쳤다 . 5, 6일 사전투표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이 박 당선자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박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친문' 의원이다. 그의 당선은 단순히 '친윤' 5선인 정진석 후보를 꺾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공주는 윤석열 대통령 부친 고 윤기중 교수의 고향이다. 윤 대통령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공주에서 유권자들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엄중경고를 내렸다는 점에 그는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 후보와의 세 번째 맞대결인 이번 총선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었다. 10일 출구조사에서 52.0%로 정 후보(47.2%)를 4.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개표가 20% 이상 진행된 오후 11시까지도 5%포인트 안쪽에서 근소하게 정 후보를 앞섰다. 하지만 자정 이후 부여군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격차를 벌렸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부여군과 청양군 단체장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 지역기반이 강화된 것이 박 당선자의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박 당선자의 장점을 친화력과 겸손함으로 꼽는다. 그는 11일 당선 인사에서 정 후보에 대한 위로와 정치 선배로서 예우를 갖췄다. 박 당선자는 "정 후보와 제가 역할을 바꿨을 뿐이지 공주부여청양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데는 뜻이 같다"고 말했다.

공주= 윤형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