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2020' 유력한 민주당… 친문-비명 넘어 명실상부 '이재명당'으로

입력
2024.04.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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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 30분 기준 170석 안팎… '범야권' 180 이상
'원외 친명' 원내 입성… 이재명 장악력 강화
변수는 사법리스크, 대장동 외 줄줄이 재판

4·10 총선 개표 중간결과, 더불어민주당이 20대, 21대에 이어 이번 총선까지 3번 연속 1당을 차지하게 됐다. 역대 최대 의석을 차지했던 2020년 총선에 근접한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 의석까지 합치면 21대 국회보다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잡음에도 불구하고 친이재명계 인사를 대거 공천한 민주당은 이제 명실상부한 '이재명당'으로 거듭나면서 이재명 대표의 위상도 급격히 달라질 전망이다.

민주당 총선 3연승… 어게인2020

개표가 84.8% 진행된 11일 새벽 1시 30분, 기준 민주당은 254개 지역구 중 156곳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투표 직후 공개된 KBS의 출구조사 분석 결과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예상 의석수(12~14석)을 더하면 170석 안팎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4년 전 총선 당시 민주당이 확보한 180석에 근접한 수준이다. 최종적으로 민주당 승리가 확정되면 2016년과 2020년 총선에 이어 3연속 승리를 이어가게 된다. 또 2022년 대선과 지선 패배로 정권까지 내준 분위기를 2년 만에 다시 반전시킬 수 있게 된다.

특히 민주당은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과 새로운미래, 진보당 등이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석수까지 더하면 현재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180석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민주당 계열 정당의 의석수가 21대 총선과 유사한 수준을 또다시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권자 지형의 진보 우위 구도의 고착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 주류 교체 신호탄… 이제 '비명' 대신 '신명'

1당 지위를 굳힌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이번 총선 이후 주류 교체가 굳어질 전망이다. 2년 전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표는 원내 입성 이후 당대표까지 올랐지만 당을 장악하고 있던 친문재인(친문)계 등 구주류 때문에 당내 입지가 불확실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던 정성호 의원 등 이른바 '7인회'와 대선 경선 당시 이 대표를 도왔던 열린캠프 멤버 정도가 고작이었다. 국회 체포동의안 논란 때도 찬반을 둘러싼 당 내부 갈등이 항상 뒤따랐다.

이를 의식한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을 앞둔 공천에서 내외부의 비판에도 경기도 출신 참모와 당직자, 영입인재, 대장동 변호사 등 원외 인사들을 대거 발탁했다. 이날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의 국회 입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공천 갈등을 겪었던 친문재인(친문)계도 당내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 대표의 당 장악은 급격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지만, 당 내부적으로는 차기 대권가도 역시 '파란불'이 켜질 전망이다. 그간 비주류의 공격 명분이었던 대선 패배 책임을 떨쳐내고 명실상부한 야당의 리더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로 꼽혔던 한 후보는 "선거 승리를 이끈 만큼, 민주당에 비명은 사라지고 신이재명(신명)계가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사법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은 대선까지 남은 3년간 떨쳐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총선 전날인 9일에도 대장동 관련 재판에 출석하는 등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기간 중에만 세 차례 서초동으로 향해야 했다. 지난 대선 국면 당시,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이날 "사법부가 압도적 의석의 제1야당 후보에 대한 재판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