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올인’ 태국, 대마초 허용 다음은 ‘카지노 합법화’

입력
2024.04.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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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만간 카지노 허용 공청회 예정
관광 산업 활성화, 세수 확보 등 노림수
"도박은 경제 아냐…득보다 실 더 많다"

아시아 최초로 대마를 비(非)범죄화했던 태국이 이번에는 카지노 합법화에 시동을 걸었다. 사행 산업 문턱을 대폭 낮춰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고 세수를 확보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그러나 도박 중독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등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는 반대도 거센 까닭에 실제 시행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급물살 타는 카지노 합법화

10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태국 내각은 전날 하원 카지노설립 특별위원회가 제출한 ‘대형 복합오락단지 건설 연구보고서’를 승인했다. 여기에는 유흥 단지에 카지노를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재무부에 30일 이내에 타당성 조사 결과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조만간 관련 공청회도 열 예정이다.

이는 카지노 합법화 수순 첫 단계다. 정부는 타당성 결과와 공개 토론을 토대로 카지노 건설 초안을 작성하고, 이를 의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스레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지난달 말 엑스(X)를 통해 “카지노 허용이 불법 도박을 억제할 것”이라며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현재 태국에서는 도박이 불법이다. 1800년대 말부터 중국계 이주민을 중심으로 대형 도박장이 성행하긴 했지만, 1935년 법 개정 이후 대부분의 도박 행위가 금지됐다. 현재 태국에서 합법 사행 산업은 복권과 경마뿐이다. 내·외국인 모두 마찬가지다.


대마 허용, 비자 면제 이어 카지노까지

태국이 도박 관련 입장을 선회한 것은 관광 활성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태국은 관광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한다. 현지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 산업 회복을 위해 △향락용 대마 사용 허용 △비자 면제 △주류 금지 시간 축소 등 다양한 정책을 내고 있다. 이에 더해 사행성 산업 허용까지 검토하는 셈이다.

태국 정부는 이를 통해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케냐카 오우짓 정부 부대변인은 9일 “제안된 (합법화) 계획이 태국에 더 많은 세금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동남아시아 기반 금융회사 메이뱅크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태국이 카지노를 도입할 경우 GDP의 약 1%에 해당하는 1,870억 바트(약 6조9,700억 원)의 수익을 낼 이라고 전망했다.

태국 카지노 산업에 적용되는 세율은 17% 안팎으로 예상된다. 분야콘 아모른산크 메이뱅크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마카오 세율 25~40%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행까진 갈 길이 멀다. 당장 첫발을 떼자마자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태국 출라롱꼰대 교수진은 “카지노 합법화가 정부의 경기 부양 노력 일환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도박은 어떠한 경제적 생산물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이를 ‘산업 활동’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부작용 우려도 크다. 도박 중독이 사회문제가 되거나 카지노가 돈세탁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태국 정부가 2022년 관광활성화를 위해 오락용 대마를 허용했지만 오·남용 문제가 잇따르자 이를 다시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대두되는 것을 거론하며 카지노 허용이 ‘제2의 대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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