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희·황정음·보아의 공통점 "입 닫지 않아, 할 말은 우리가 해"

입력
2024.04.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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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희·황정음·보아 등 달라진 여성 톱스타들
사생활 루머·이혼·악플에 침묵 대신 솔직 당당
"미디어 환경 변화와 스타들 달라진 위상" 
대중도 직접 소통 반기지만 논란도
"더 관용적인 사회" "언론 보도 자정" 필요

#. “환승연애 프로그램은 좋아하지만 제 인생에는 없습니다.” 배우 한소희는 지난달 류준열과의 ‘환승연애’ 의혹이 일자 블로그에 의혹을 부인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해방 짤’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의 이혼 당시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며 결별도 직접 알렸다.

배우 황정음도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편 얼굴을 공개하며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 소송 중임을 밝혔다. 부유한 남성의 불륜을 옹호하는 댓글을 단 누리꾼에게 “돈은 내가 1,000배 더 많다”고 응수하고 “바람 피우는 놈인지 알고 만나냐”는 댓글을 다는 등 팬들이 SNS 계정 해킹을 의심할 정도로 거침없이 이혼 사유를 공개했다.

#. 가수 보아는 더 이상 악플을 참지 않는다. 지난 2월 종영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악역 오유라를 연기하며 외모 악플에 시달린 그는 SNS에서 "관리 안 하면 안 한다 욕하고, 하면 했다 욕하고. 너네 면상은 모르지만 인생 그렇게 시간 낭비하지 마, 미안하지만 난 보아야"라고 일갈했다. 그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많은 분이 연예인을 화풀이 대상으로 생각한다”며 “연예인도 사람이고,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혼' 사과하는 시대의 종말

이미지 타격을 우려해 사생활 논란이나 악플에 침묵했던 스타들이 바뀌고 있다. 톱스타, 그중에서도 말 한마디로도 ‘태도 논란’에 휩싸이며 남성보다 무거운 침묵을 강요당해 온 여성 연예인들이 억울한 건 억울하다고, 나쁜 건 나쁘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혼 소식을 알리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잘못한 것도 없이 사과하던 시대가 저무는 것이다.

소속사의 짧고 정제된, 그러나 대부분 알맹이 없는 입장문 대신 자기 일은 자기가 직접 말하는 연예인들이 느는 건 미디어 환경 변화와 스타들의 위상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소속사들이 연예인의 사생활까지 관리하며 메시지 관리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스타들이 스스로 매니지먼트사를 차릴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며 “변화된 환경에서 소통 방식도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들도 스타들의 직접 소통을 반긴다. 한소희는 데뷔 초부터 블로그에서 일상과 감정을 꾸밈없이 공유해 왔다. 팬들은 그가 특유의 문체로 의식의 흐름대로 쓴 듯한 글이 “중독성 있다”며 보고 또 봤다. 전에 없던 소통법은 자유분방하면서도 다정한 한소희의 묘한 매력을 극대화했다. 이혼을 숨기는 대신 솔직하고 당당하게 밝힌 황정음 역시 많은 대중들로부터 응원을 받았다.



소통 과정에서 논란도 있었다. 한소희가 환승연애 의혹을 해명하며 혜리를 저격한 듯한 표현이나 강아지가 칼을 든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정음도 남편의 불륜과 상관없는 여성의 사진을 ‘상간녀’라고 SNS에 잘못 올려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사가 주도하는 과거 소통 방식도 한계가 뚜렷하다. 최소한의 인간적 존중 없이 연예인을 팬덤 앞에 굴복시키는 것은 거부감만 낳기 때문이다. 연애를 했을 뿐인 그룹 에스파 카리나의 ‘열애 사과문’이나 오랜 악플 피해자인 그룹 뉴진스 민지의 ‘칼국수 사과문’이 대표적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도 자기가 발언할 것은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게 정당한 권리”라며 “사회적인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피로감’은 누가 주는가

연예인들의 친밀한 소통이 확대되려면 대중도 성숙해져야 한다. 한소희는 ‘환승연애’ 논란 후 악플에 시달리고 있으며 블로그 글을 모두 삭제했다. 황정음의 솔직함을 응원했던 여론은 그의 실수를 매섭게 질타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누구나 SNS에 글을 올리다 보면 미숙한 부분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다”며 “글 하나하나 분석해 잘못됐다고 공격하면 연예인이 자유로운 소통을 꺼리게 될 수도 있다. 자유로운 소통이 활성화되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관용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중들이 호소하는 스타 소통의 ‘피로감’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연예인의 목소리 자체와 이를 소모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언론이 연예인 SNS나 발언을 호기심만 자극하는 방식으로 계속 기사화하며 공론화하는 게 문제”라며 “연예인들도 이런 언론환경이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