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중심의 조직 개편에 한창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한 것인데 방식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AI 전략은 '효율성 극대화'로 요약된다. 네이버는 최근 사내독립기업(CIC) 5개를 해산하고 본사 소속 12개 전문 조직으로 바꿔 사내 모든 기술 분야에 AI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문 조직은 크게 프로덕트(제품)·플랫폼 영역, 비즈니스·서비스 영역, 콘텐츠 영역으로 나뉜다. CIC는 기업이 혁신 사업 발굴을 위해 의사 결정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본사 사업 부문에서 떼 낸 조직인데 AI를 중심으로 조직끼리 유기적으로 협력할 필요성이 높아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특히 네이버는 새로 만든 12개 전문 조직 중 개발 부문에 젊은 리더를 조직장으로 대거 발탁했다. 앞서 CIC 체제에서는 각 조직장을 임원급 대표가 맡았으나 앞으로는 실무에 밝은 젊은 리더에게 조직장을 맡겨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한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 직속 '글로벌 경영' '프로덕트 앤 테크' '임직원 성장' 등 3개의 위원회를 신설했다. CIC별로 활동했던 사업 영역을 '톱다운' 방식으로 최 대표 주도로 본사가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다. 최 대표는 최근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술, 사업, 서비스, 콘텐츠 등 전 영역을 모두 나눠 각 영역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 다양한 인사이트가 터져 나올 수 있도록 위계를 최소화하고 평평하게 펼친 조직 구성으로 개편했다"고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카카오도 본사 중심의 AI 조직 꾸리기에 나섰다. 카카오는 이달 초 본사에 AI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그동안 카카오의 AI 사업은 관련 조직에서 차출된 직원들로 이뤄진 태스크포스(TF)가 끌고 갔는데 앞으로 AI 기술과 서비스에 집중적으로 힘을 싣기 위해 회사 곳곳에 흩어져 있던 관련 팀들을 모은 것이다. 카카오에 최고AI 책임자(CAIO)로 합류한 이상호 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통합 AI 조직'을 맡는다.
카카오는 특히 AI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흡수 합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브레인은 2017년 설립 후 한국어 기반 초거대언어모델(LLM) 코GPT를 개발하는 등 카카오의 AI 기술 개발을 맡았다. 카카오브레인은 생성형 AI인 '코GPT 2.0'을 개발 중인데 여러 차례 발표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 만약 카카오가 카카오브레인 합병을 확정하면 이 CAIO가 책임지는 통합 AI조직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AI 기술 대응에 늦다는 평가를 받는 카카오는 AI사업에 대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조직 역량이 뭉치면 능률이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