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새로 뽑는 선택의 날이 밝았다. 유권자의 3분의 1은 사전투표를 마쳤고, 이제 남은 유권자의 표심에 달렸다. 4·10 총선을 앞두고 막판 터진 돌발변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야권의 '윤석열 정부 심판론'과 여당의 '이재명·조국 심판론'이 맞서는 상황에서 물가와 막말, 의정 갈등이 얽혀 유권자의 선택은 더 복잡해졌다.
'용산발 리스크'로 불리는 '이종섭·황상무 논란'이 정권 심판론의 기폭제가 됐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출국과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등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급속히 얼어붙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회초리로 안 되면 권력을 빼앗아야 한다"고 응징에 초점을 맞추며 압박수위를 끌어올리는 결정타가 됐다. 대통령실은 두 사람의 거취 결단을 미뤘다. 여당의 요청과 여론에 밀린 윤 대통령이 뒤늦게 사의를 수용했지만 "떠밀리듯 악재를 끊어내며 결단이 너무 늦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이라는 발언은 정권 심판론을 들끓게 하는 결정타였다. '한 단이 아닌 한 뿌리를 얘기하는 것'(이수정 경기 수원정 후보)이라는 옹호 발언은 불에 기름을 부었다. 사괏값 고공행진을 비롯해 지속되는 고물가 상황과 맞물려 정부가 민생에 얼마나 둔감한지 자인하는 격이 됐다. 야권은 '대파'를 고리로 파상공세를 폈다. 이재명 대표가 지원유세에서 '대파 헬멧'을 쓰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마음속에 대파를 품고 투표했다"면서 민심을 자극하는 호재로 활용했다.
국민의힘은 '이·조 심판론'으로 맞불을 놨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면서, 야권 후보들의 도덕성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특히, 양문석 후보의 '편법 대출 의혹'과 김준혁 후보의 각종 막말에 초점을 맞췄다. 해당 후보들의 언동과 행태가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는 점을 부각하면서 중도층과 여성 표심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김경율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8일 CBS 라디오에서 "(김준혁·양문석 후보 논란이) 중도층과 수도권 민심에 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목표 의석수는) 120석에서 140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판세에 큰 영향이 없다'면서 이들의 거취를 수수방관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야는 역대 최고를 기록한 사전투표율(31.3%)을 정반대로 해석했다. 김민석 민주당 총선 상황실장은 MBC 라디오에서 "(이번 사전투표율은) 각 당의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층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 정권심판 민심이 평소보다 높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홍석준 국민의힘 선대위 상황실 부실장은 "사전투표율이 높다는 것이 민주당에 유리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일부 보수층에서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이 있었으나 해소되면서 결집 분위기가 많이 감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진행 중인 '의정 갈등'의 영향도 주목할 대목이다. 여당은 1일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 면담하면서 대화 물꼬를 튼 만큼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는 반응이다. '강대강'으로만 치닫던 정부와 의료계의 관계에 기류 변화가 생긴 것만으로도 악재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50분의 독백", "보여주기 쇼"라고 평가절하하며 정부·여당을 겨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