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주도? 조국과 경쟁? 尹과 또 격돌? 차기 한동훈?... 의석수에 달렸다[총선 이후 정국 시나리오]

입력
2024.04.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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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단독 과반 땐 의장 확보, 尹 견제 유지
단독 과반 없을 땐 조국혁신당 위상 강화
180석 패스트트랙·200석 거부권 형해화
與 승리 땐, 국정안정>국정견제 무게추


총선은 정국의 물줄기를 바꾸는 이벤트다. 누가 다수당이 되고, 각 정당이 의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국회와 국정운영을 주도할 수도, 갈등이 격화될 수도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인 상황에서 정부·여당과 매번 부딪쳐온 만큼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 여야 대립은 4년 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반면 범야권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밀어붙일 수 있는 180석을 넘어서거나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마저 무력화하는 200석을 확보할 경우, 정국은 사실상 무소불위 의회 권력을 쥔 야당의 선택에 달렸다.

다만 범야권이 승리하더라도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지 못한다면 제3당이 유력한 조국혁신당의 영향력이 부각된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앞선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한동훈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향후 행보는 날개를 달 전망이다.


①단독 과반 땐 민주당 의장 확보… 법안·예산·인사 동의권

민주당이 목표대로 단독 과반을 차지한다면 국회의장은 민주당 출신 의원의 몫이 된다. 관례상 다수당 최다선 의원 중에서 의장을 선출하는데 현재 5선인 조정식·추미애 후보가 당선되면 당내 최다선인 6선에 올라 의장직을 번갈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여야의 입장 차가 클수록 의장의 역할은 더 커진다. 의사일정을 정하는 것은 물론 본회의 개최 여부, 안건 직권상정 등에서 모두 의장을 거쳐야 한다. 현재도 법안이나 예산안 처리 등 주요 국면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중재자 역할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결단을 내리곤 했다.

국회뿐 아니라 국정운영 전반의 주도권이 민주당에 넘어가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은 약해진다. 당장 예산안이나 정부가 발의한 법안을 야권 동의 없이 처리할 수 없다. 국무총리와 헌법재판관, 대법관, 감사원장도 국회가 동의해야 임명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돼 2개월간 대법원장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둔 전례도 있다.

다만 범야권 180석에 실패하면 야권의 법안 처리 동력은 21대 국회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법안 처리의 ‘키’를 쥔 상임위원장을 어느 당에서 맡을지,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진 법제사법위원장을 어느 당에서 맡을지가 관건이다. 180석을 확보해야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본회의 직회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 등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다.


②단독 과반 없을 땐, '캐스팅보터' 조국혁신당 부각

총선 이후 여소야대 정국으로 가더라도 민주당이 단독 과반에 실패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제3당 역할을 하며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높은 조국혁신당의 선택에 따라 주요 현안이 결정될 수 있다. 동시에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이재명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간 경쟁이 가열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국회의장 투표부터가 관건이다. 의장은 재적의원 과반의 표를 얻어야 당선되는데,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차 투표를 거친다. 후보 선출과정에서부터 제3당과의 협의가 필요할 수 있다. 15대 국회에서는 새천년민주당과 자유민주연합의 연대로 제3당인 자민련 소속 박준규 국회의장이 선출됐다.

20대 국회 때는 제3당 소속 박주선(국민의당), 주승용(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국회부의장을 맡았다. 당시 일부 상임위원장은 국민의당 몫으로 돌아갔다. 만약 조국혁신당이 상임위원장을 1곳이라도 확보하고, 해당 상임위에서 쟁점법안을 논의하는 경우 존재감은 더 커질 수 있다. 조국혁신당 주도로 공동 교섭단체가 구성될 경우 제3지대의 입김은 더 강해진다. 회기나 안건 협상에서 조국혁신당이 공식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다. 20대 국회에서 민주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으로 구성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 존재감을 각인시킨 사례도 있다.


③ 범야권 180석이면 '윤석열-이재명' 격돌 도돌이표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총선에서 180석 이상 차지할 경우 22대 국회는 최근 4년과 마찬가지로 강성 야당과 강성 정부·여당이 사사건건 맞붙는 격한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 주도권은 민주당이 쥔다. 국회의장은 물론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도 민주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의석 180석은 '패스트트랙'을 강행하고 반대 측의 '필리버스터'를 차단할 수 있는 기준이다. 패스트트랙은 최장 330일 이후에 법안을 본회의에 자동 상정할 수 있는 제도인데, 의원 180명 이상의 찬성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도 의원 180명 이상이 찬성하면 강제 종결시킬 수 있다. 180석 이상이면 소수정당의 방해에 구애받지 않고 다수정당이 입법권을 휘두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대통령의 거부권까지 무력화할 수는 없다. 거부권으로 국회에 되돌아온 법안을 재차 통과시키려면 국회의원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쌍특검법처럼 '범야권 강행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최종 부결'의 뻔한 수순이 22대 국회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과 야권의 정치 공방은 격렬해지기 마련이다.

경선으로 비이재명(비명)계 현역 의원을 대거 물갈이한 이 선대위원장은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당권은 물론, 야권 대권주자의 입지를 한층 견고하게 다질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경쟁상대도 없어 차기 대권가도는 '파란불'이다.


④탄핵에서 개헌까지 가능한 '범야권 200석'

민주당 등 범야권에서 200석을 확보할 경우, 대통령 탄핵소추는 물론이고 헌정사상 최초의 단독 개헌도 가능해진다. 물론 200석을 얻더라도 실제 탄핵이나 개헌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 민주화 이후 특정 진영에 힘을 연속해서 밀어주지 않았던 민심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당의 주장대로 범야권이 200석을 확보할 경우, 행정부 무력화는 불가피하다. 200석은 ①대통령 거부권 형해화 ②대통령 탄핵 ③헌법 개정도 가능한 수치다. 먼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도 200석만 있다면 되살릴 수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이나 간호법의 사례가 반복돼도 단독 재의결이 가능해, 사실상 국정 주도권이 행정부에서 입법부로 넘어가는 셈이다.

대통령 탄핵과 개헌도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탄핵소추안과 헌법개정안 모두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건으로 한다. 다만, 탄핵과 개헌의 실현 가능성은 현저히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탄핵은 확실한 위법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 한 헌법재판소에서 소추안이 기각될 공산이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같이 외려 야당에 '국정 훼방 괘씸죄'가 적용될 수 있다. 개헌 역시 블랙홀처럼 정국을 빨아들이면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⑤與 과반 땐 여권 내 차기경쟁, 야권은 이재명 책임론

반면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과반 승리나 그에 버금가는 성과를 거둔다면 윤석열 정부는 주요 현안 처리에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민심이 정부 안정에 손을 들어준 만큼 윤 정부는 의대 정원 확충과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에 박차를 가할 동력을 확보한다. 선거를 앞두고 자제했던 이념대결의 색채를 다시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한 선대위원장은 '중간 심판 선거'라는 악조건을 극복한 만큼 '일등 공신' 자격으로 당권과 대권 도전을 비롯해 향후 정치 행보가 탄탄대로다. 수도권 혈투에서 승리한 여권의 대권 주자급 인사들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차기 경쟁에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정 관계의 무게 추는 갈수록 당 쪽으로 쏠릴 것이다.

반대로 유리한 선거에서 진 야권에선 이 선대위원장을 향한 책임론이 분출할 수밖에 없다. 물의를 빚은 양문석·김준혁 후보 등을 정리하지 못한 리더십의 한계와 함께 '비명횡사 사천(私薦)' 논란이 재부각될 전망이다. 다만, 잠재적 당권 경쟁자들이 원내 입성에 실패한 데다 적은 의석마저 친명계가 장악한 만큼 당 주류 교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박세인 기자
이성택 기자
강진구 기자
우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