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육상자위대의 한 부대가 최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대동아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용어는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이다. 육상자위대 제32보통과 연대는 엑스(옛 트위터)에 지난 5일 “32연대 대원이 대동아전쟁 최대 격전지인 이오지마에서 개최된 일미 이오지마 전몰자 합동 위령추도식에 참가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이 말을 썼다는 것이다. 일본의 재무장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자위대의 우경화를 드러내는 것이라 개탄스럽다.
대동아전쟁은 일본이 식민 지배한 아시아권을 하나로 묶는 대일본제국이 서구 열강에 맞서 싸운다는 뜻으로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전시 선전 용어다. 2차대전 전범인 도조 히데키 총리 내각은 1941년 12월 각의를 통해 이 말을 공식 채택했다. 일본의 패전 후 연합군최고사령부는 공문서에서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을 금지했고 이후 정치사회 내에선 금기어로 인식됐다. 지금도 극우파나 이 말을 쓴다. 이런 사정에 반하는 자위대 하급 부대의 일탈은 일본의 우경화 흐름이 자위대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해상자위대 사령관과 간부후보생 졸업생 160여 명이 지난해 5월 원양 연수에 앞서 2차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한 사실이 올 초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11일 국빈 방문하는 미국 의회 합동연설에서 전쟁책임과 과거사 반성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현지 언론보도도 그 연장선일 것이다.
독일과 달리 일본의 우경화와 과거사 부정 행태는 멀리는 군국주의 세력 등에 대한 불완전한 전후 처리에, 가깝게는 글로벌 신냉전과 인도태평양전략 등 블록화 시대에 미국의 아시아 파트너로서 일본의 역할 증대에 기인한다. 전범국가 일본은 오랫동안 정상국가로의 전환을 모색해 왔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추진이나 군사강국화,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의 평화헌법 개정 추구가 그러하다. 하지만 자위대까지 군국주의적 퇴행에 경도될 경우 일본 재무장화에 대한 주변국 우려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