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가 전주천과 삼천에 추진 중인 '명품하천 365 프로젝트'가 10여 년 전 사업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에도 이 사업은 전주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계획이라는 반발에 부딪혀 결국 중단됐다. 하지만 시는 올해도 하천 개발 사업을 똑같이 추진해 갈등만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전북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전주시의 명품 하천 조성 사업이 지난 2010년 '전주천 고향의 강 살리기 사업'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향의 강 사업은 과거 국토해양부의 정책 사업으로, 지방 하천의 이수·치수·청수·풍수·친수 정비를 통해 명품 하천을 만들자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당시 시가 구상한 고향의 강 사업은 전주천 주변에 '비빔밥 광장'을 주제로 바닥·수중분수, 운동시설, 데크 등을 설치, 친수광장 7곳을 조성하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전주생태하천협의회 구성원과 환경단체는 "전주천의 특성과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구상안"이라며 사업 추진을 반대했다. 이후 시는 사업 계획안을 여러 차례 변경했고, 결국 전주천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마무리하면서 이 사업은 무산됐다.
현재 명품 하천 조성 사업도 전주천과 삼천 일대에 통합 문화 공간 7곳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시는 2028년까지 537억 원을 들여 △별빛분수 △수변 정원 △전망 데크 △잔디 스탠드 광장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고향의 강 사업과 명품 하천 조성사업 모두 친수시설 중심의 토목 사업으로 똑같다는 게 환경단체 측 설명이다.
문지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고향의 강 사업은 형식적으로나마 생물 서식 공간 조성, 콘크리트 주차장 철거 계획 등 생태 하천 보존 계획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번 명품 하천 조성 사업 계획안에는 환경 보전을 위한 어떠한 계획도, 예산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 등 세계가 하천 주변 개발보다 환경을 복원시키는 추세"라며 "우리나라도 임진강 저류지 조성, 수원 황구지천 이선제(이중 제방) 설치 등과 같이 하천폭을 넓혀 재해 예방과 기존 식생 유지에 힘쓰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전주 시민들은 보존된 하천을 원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시 하천종합정비계획 중간 보고서에 실린 설문 조사를 보면 '시민들이 기대하는 하천 사업은'이라는 질문에 '보존된 하천 환경'을 원한다는 응답이 29.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전거·산책길 조성(19.3%), 꽃 정원 11.5%, 교량 야간경관 8.9%, 운동시설 6.6%, 하천을 이용한 축제 6.0%, 분수 등 수상 조형물 5.7% 등 순이었다.
이를 놓고 시가 주민의 설문 조사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제멋대로 해석, 사업을 강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승우 전주시의원은 "명품 하천 사업 중간보고서엔 '보존된 하천 환경'을 원한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은데 2위를 차지한 '자전거·산책길 조성'을 가장 큰 글씨로 표시해 눈속임으로 친수시설 확충 요구가 큰 것처럼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명품 하천 조성 사업은 전주천을 생태 하천이 아닌 유원지로 전락시키는 구시대적 개발 사업"이라며 "시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 지속가능한 하천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고향의강 사업과 명품 하천 조성 사업은 전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설문 조사 결과 왜곡 주장과 관련해서는 "사업 최종 계획서에는 올바르게 표기했다"며 "보존된 하천환경 외 나머지 답변에 응한 70% 넘은 시민들은 친수시설을 원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