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율이 31.28%로 역대 총선 최고치를 기록했다. 4년 전보다 4.59%포인트 올랐다. 추세가 살아있다면 10일 최종투표율이 70%를 넘길 수도 있다. 대선이 아닌 총선 투표율은 1992년 이후 32년간 70%를 밑돌았다. 2020년 총선은 66.2%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 지역의 사전투표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이에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최종투표율까지 역대급으로 치솟을 경우 보수와 진보 진영이 모두 결집해 누구도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지난 대선의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 다만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익숙한 탓에 본투표 대신 앞당겨 투표한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5, 6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전남(41.19%) 전북(38.46%), 광주(38.0%) 순으로 투표율이 높았다. 호남 표심이 앞다퉈 투표장으로 나왔다는 의미다. 대구(25.6%) 제주(28.5%) 경기(29.54%) 등은 평균보다 낮았다.
여야는 각자 유리하게 해석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오만한 세력을 향한 국민의 분노"라며 "부도덕한 민주당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와 심판의 의지가 얼마나 큰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역대 총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사전투표율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성난 민심이 확인됐다"면서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폭정을 향해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가르쳐주셨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역대 선거에서 사전투표에 강세를 보였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은 서울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31만766표 앞섰지만 사전투표만 놓고 보면 18만4,955표 뒤졌다. 사전투표가 우위를 굳히기도 한다. 지난 총선의 경우 서울에서 당선된 49명 가운데 44명이 사전투표에서 앞섰다. 49석 가운데 민주당이 41석을 휩쓸 때다. 권영세(용산)·박성중(서초을)·태영호(강남갑)·김웅(송파갑)·배현진(송파을) 의원 등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세가 강한 나머지 5개 지역구에서만 사전투표의 열세를 본투표에서 만회할 수 있었다.
서울의 경우 접전지역의 사전투표율이 높았다. 종로(36.07%), 동작(35.84%), 용산(34.31%)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텃밭인 강남(29.05%), 서초(31.28%)의 사전투표율은 민주당 세가 강한 도봉(33.93%), 은평(33.35%), 강서(32.95%)에 못 미쳤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온 것은 정권심판론, 분노의 표심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민주당보다는 정권에 대한 분노가 더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높은 사전투표율'이 '야당 우세'와 직결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가령 2017년 대선과 2022년 대선은 각각 77.2%, 77.1%로 전체 투표율이 비슷했다. 그러나 사전투표율은 각각 26.06%, 36.93%로 1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났다. 사전투표율이 낮은 2017년 대선은 민주당, 반대로 높았던 2022년 대선은 국민의힘이 이겼다. 지지 정당을 일찌감치 정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먼저 나갔을 뿐, 사전투표율만으로는 유·불리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 최종투표율이 70%를 넘긴다면 여야 지지층이 모두 응집하는 경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정치성향을 보면 보수가 진보보다 우위에 있고, 당 지지율 또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앞서는 상황"이라며 "양측이 결집해 선거가 치러지면 유권자 이념 지형이 그대로 투표 결과에 투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