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시설(구치소·교도소) 1인당 생활공간이 '침낭 하나 깔 정도 면적'에 불과해 고통을 겪었다는 수용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1인당 2㎡(0.6평)가 넘는 면적이라면 위법하지 않다"고 결론 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김민정 판사는 A씨 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27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국가가 인간의 존엄·가치를 해칠 정도로 좁은 공간에 수용해 기본적 인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구치소·교도소에서 지내는 동안 너무 많은 사람과 방을 함께 쓰면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법무시설 기준규칙'과 '수용구분 및 이송∙기록 등에 관한 지침'에서 정한 기준이 '1인당 2.58㎡(0.78평)'라는 점을 들어, 자신들은 1인당 도면상 수용면적이 2.06~2.206㎡에 불과했던 기간에 수용됐으니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사물함 등이 설치된 걸 감안하면 실제 사용 공간은 더 좁았다고 한다.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물리쳤다. 2.58㎡가 명시된 지침은 행정청 내부적으로만 효력을 가질 뿐,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는 취지다. 또 과밀수용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2022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1인당 도면상 면적이 2㎡ 미만인 거실에 수용하는 행위는 위법이지만, 원고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과밀수용 소송에서 수용자들의 패소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해 "법무부 예규 등으로 수용공간에 대한 산정기준을 정해 두고는 있지만 통일적 사무처리를 위한 것이지, 이를 근거로 1인당 2.58㎡ 이상의 면적을 확보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22년 울산지법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왔다.
다만 교정시설 수용률이 100%를 넘은 2012년 이후 '콩나물 감방'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기계적 판단을 반복하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한 수감 경험자가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위헌 결정을 내리며 보충의견으로 "5~7년 내에 적어도 2.58㎡ 이상 확보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월 또다시 법무부에 과밀수용 개선을 권고했다.
관련 소송에서 교정당국이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수용 기간 및 면적, 인원에 대한 정보 제공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전지법은 2021년 "국가가 그동안 과밀수용을 방지하기 위한 기초적 업무인 현황관리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꼬집기도 했다. A씨 사건 역시 사실조회신청,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교정당국의 답이 늦어지면서 재판이 4년간 늘어졌다.
A씨 등을 대리한 법률사무소 오페스의 송혜미∙최병윤 변호사는 "수용인원 예측이 어렵고, 증감하는 수요에 따라 교정시설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는 이해한다"면서도 "구치소∙교도소 내 과밀수용 문제는 최근에 발생한 일이 아니고 교정의 질과도 연관되는 문제인 만큼 당국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