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 범위가 좁았던 대리운전자보험이 대폭 손질되면서 사고 시 대리운전기사가 져야 했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사고 발생 시 차주 렌트 비용을 보상하는 약관이 신설되고, 대물배상 보상한도도 최대 10억 원까지 늘어난다.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은 이달부터 대리운전자보험 보상범위와 한도를 확대한 상품을 출시한다고 7일 밝혔다. 새로운 보험상품은 이달 중 4개 손해보험사(DB·현대·삼성·롯데)에서 가입 가능하며, 다음 달 내론 2개사(메리츠·KB)에서도 추가 출시될 예정이다.
대리운전기사를 대상으로 한 보험은 현재도 출시돼 있지만, 보상범위가 좁고 한도가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사고에 따른 손해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해 일부 기사들이 손해액이 큰 차주 렌트비용을 포함해 상당 부분을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이번 개선으로 보험사들은 대리운전자보험의 렌트비용 보장 특약을 '차대차 특약'과 '전체사고 특약'으로 구분해 출시하기로 했다. 차주가 렌트비용을 요구하는 경우 동급 국내차 렌트요금을 인정기간 동안 지급해주고, 렌트하지 않는 경우엔 렌트비용의 30% 상당액을 교통비로 지급하도록 했다.
대물배상 및 자기차량손해 담보 보상한도도 대폭 확대한다. 기존 대리운전자보험은 대물배상 2억 원, 자기차량손해는 1억 원 한도에 그쳤다. 고가차량과의 사고 시 대리운전기사가 수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상한도를 대물배상은 3억·5억·7억·10억 원으로 넓히고 자기차량손해도 2억·3억 원으로 세분화해 확대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용 자동차보험이 통상 대물배상 10억 원, 자기차량손해는 차량가액 한도로 가입이 가능한 만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번 조치로 대리운전기사에 대한 보장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대리운전 이용자도 사고위험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6월까지는 대리운전 사고횟수별 보험료 할인·할증제도를 도입해 사고 이력이 있는 대리운전기사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