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당국이 전직 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자국 주재 멕시코 대사관에 강제 진입한 후 외교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멕시코에 이어 니카라과가 에콰도르와 국교 단절을 선언했고, 주변 남미 국가들도 잇따라 "국제법 위반"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니카라과는 이날 에콰도르와 외교 관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에콰도르 경찰은 전날 저녁 수도 키토에 있는 주에콰도르 멕시코 대사관을 급습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곳에 머무르던 호르헤 글라스 전 에콰도르 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서다. 2013~2018년 재임한 글라스 전 부통령은 2016년 마나비주(州) 대지진 피해 복구비를 불법 전용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취임한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무장 단체 및 기득권 정치 세력과 강도 높게 대립하고 있다.
다만 주변 남미 국가들은 에콰도르의 강제 진입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외국 대사관 강제 진입은 국제법 위반인 데다가, 권위주의 정부가 우세한 남미 지역에서 그간 '외교적 레드라인'으로 금기시돼왔기 때문이다. AP는 "외국 대사관 급습은 남미 지역에서 가장 비판을 받는 정부조차 감히 이행하지 못했던 조치"라고 짚었다.
실제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페루 베네수엘라 쿠바 칠레 등 중남미 국가 정부들은 일제히 규탄 성명을 냈다. 온두라스는 이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중남미 3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중남미·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의 긴급 소집을 요청했다. 멕시코 역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 사건을 회부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에콰도르는 글라스 전 부통령의 신병 인도 요구를 멕시코 정부가 거부한 결과라고 맞섰다. 가브리엘라 소메르펠드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글라스 전 부통령이 곧 멕시코로 비행하리라는 정보를 고려했다"며 "멕시코와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소진한 후 대사관 강제 진입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글라스 전 부통령은 에콰도르 항구 도시 과야킬 내 교도소에 수감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