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한국 송환 무효 됐다… 미국행 가능성 커져

입력
2024.04.0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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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 대법원, 하급심 결정 파기
"범죄인 인도국 결정권자는 법무장관"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3)씨의 ‘한국 송환’이 무효화됐다. 몬테네그로 대법원이 5일(현지시간) 권씨를 한국에 보내기로 한 하급심 결정을 깨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그의 신병 인도 대상국 결정은 다시 원점에서부터 따져 보게 됐지만, 대법원 판단 취지에 비춰 볼 때 미국행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이날 “동일인의 범죄인 인도를 놓고 두 나라가 경합할 때 법원의 의무는 피고인의 인도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포드고리차 항소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범죄인 인도 허가 및 우선순위 결정은 법원이 아니라 관할 장관의 몫”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 등이 권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각각 요청한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결정권을 준 셈이다.

앞서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달 20일 권씨의 한국 송환을 확정했다. 당초 하급심인 고등법원은 권씨 신병을 미국에 넘기기로 했으나, 그의 항소에 따라 재심리를 거쳐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미국보다 빨랐다’며 기존 결정을 뒤집었다. 그러자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은 이에 불복, “범죄인 인도국을 정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며 대법원에 적법성 여부 판단을 요청했다. 이날 대법원 결정은 이러한 대검찰청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이로써 권씨가 어느 나라에서 재판을 받게 될지는 이제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 손에 달리게 됐다. 파기 환송 재판부(고등법원)는 한국과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 요건 충족 여부만 판단한다. 밀로비치 장관은 지난해 11월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그동안 여러 차례 권씨의 미국행을 선호한다는 뜻을 드러내 왔다.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의 폭락 위험성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숨긴 채 해당 화폐를 계속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50조 원가량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산된다.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