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을 권합니다

입력
2024.04.12 15:30
10면

편집자주

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출판 기자가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읽는 것이 즐겁고 재밌으며, 지혜를 담고 있는 책.'

최근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올해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을 발표했습니다. 책과 출판문화를 다루는 단체에서는 책을 만들고 누리는 문화를 독려하기 위해 이런 이벤트를 만들곤 합니다. 한 해 동안 나온 책들 가운데 꼭 기억해야 할 책들을 꼽아서 '올해의 책'이라는 이름으로 알리는 것이죠. 출판계 최대 단체인 출협도 매년 '가장 좋은 책'을 공개 모집하고 출품된 도서 가운데 분야별로 가장 좋은 책을 골라 소개해왔는데 올해는 지난해 출간된 696종의 도서 가운데 디자인, 그림책, 만화, 학술 부문에서 40종을 골라 소개했습니다.

고백하건대 매주 지면에 소개할 책을 고르면서 "눈에 들어오는 신간이 많지 않다" "왜 지금보다 더 좋은 책이 나오지 않을까" 따위의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더구나 이번 주처럼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까지 껴있는 주에는 신간 양도 줄어 안으로 밖으로 볼멘소리가 길어졌죠. 그러던 차에 출협이 선정한 '올해의 좋은 책' 리스트를 보니 분야별로 '아름다운·즐거운·재미있는·지혜로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책들이 40권이나 소개됐습니다.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기라도 하듯이 말입니다. 면면을 살피는데 "왜 몰라줬냐"며 채근하는 책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동안 쏟아낸 푸념들이 발 앞에 떨어지는 느낌이었죠.

종이책의 종말을 논하는 시대에 탄생한 또 하나의 리스트를 보면서 누군가는 여전히 성실하고 집요하게 좋은 책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합니다. 하루 평균 200종, 일 년이면 6만 권의 신간이 나온다고 하는데 수십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과 유희, 재미와 지혜가 사라졌을지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책을 읽지 않고 좋은 책은 더욱 읽히지 않는 세태를 쉽게 탓한 지난날을 반성하며 더 많은 '좋은 책' 목록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하여 책 세계에 쌓여가는 푸념들을 어떤 동력으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 그 세계를 기꺼이 읽어내려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연결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