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깜짝 실적'을 내놨다.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71조 원, 영업이익은 무려 931% 늘어난 6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부문도 5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산으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한 데다가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한 영향이 크다. 시장에선 ‘반도체의 봄’이 왔다는 기대도 적잖다.
이런 반도체 훈풍에 수출과 경상수지 등 경제지표도 청신호다. 3월 수출(565억6,000만 달러)은 작년보다 3.1%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이 117억 달러로, 2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덕이다. 2월 경상수지도 68억 달러가 넘는 흑자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이 63%나 늘어난 게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안심해선 안 된다. AI 열풍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이제 반도체는 핵심 전략자산이자 ‘21세기의 석유’가 됐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시장에선 절대강자지만 메모리의 2배인 비메모리 시장에선 점유율이 3%에 불과하다. 파운드리(주문생산)도 TSMC와의 격차가 더 커졌다. 반도체 종주국 미국이 '실리콘은 실리콘밸리로'를 선언하고, 일본이 대만과 반도체 동맹을 구축하고 나선 것도 심상찮다. 막대한 보조금으로 사실상 국가대항전이 된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게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한다.
다른 제조업 부문과 내수 소비, 체감 경기에선 아직 봄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점도 간과해선 곤란하다. 반도체를 뺀 제조업 수출은 여전히 부진한 편이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에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이 줄며 소비도 풀리지 않고 있다. 고물가와 고환율에 최근 국제 유가까지 배럴당 90달러를 넘으면서 인플레이션은 더 길어지고 금리 인하도 늦춰질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결코 자만해선 안 되고, 반도체 쏠림과 착시에 경제 전체의 그림과 민생을 살피지 못하는 우도 경계해야 하는 게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