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대상 입시학원 취업한 국수본부장... 공직자윤리위 뭐하나

입력
2024.04.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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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이 퇴직 1년 만에 ‘사교육 카르텔’ 수사를 받고 있는 대형 입시학원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적다”며 취업 승인을 해줬다.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대형 입시학원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난달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남 전 본부장을 3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바로 다음 날 열린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에서는 별다른 논란 없이 통과됐다. 현행법상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등은 퇴직 후 3년간 취업심사 대상 기관에 취업하는 경우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공직자윤리위 판단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는 지난해부터 ‘사교육 카르텔’ 관련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 중이다. 메가스터디는 소속 ‘일타 강사’의 모의고사 문제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지문이 유사하다는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 상태다. 작년 2월 퇴임한 남 전 본부장은 교육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 퇴직한 지 1년밖에 안 된 경찰 수뇌부가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업체의 사외이사로 가겠다는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적다고 단정하는 게 합리적인가.

공직자윤리위의 지나치게 관대한 취업심사는 늘 논란이었다. 지난달만 봐도 86명 취업심사 중 80명이 심사를 통과했다. 무려 93%에 달한다. 남 전 본부장을 비롯해 경찰 고위직 9명이 민간기업 등으로의 취업을 승인받았고, 검사도 5명이나 심사를 통과했다. 금융감독원 고위직 4명은 모두 금융사 임원으로 재취업했고, 산업통상자원부 간부 3명은 기업행을 승인받았다. 업무 연관성이 없다고 보기 힘든 경우가 상당수다.

이러니 공직자들 사이에선 “재수가 없어 표적에만 걸리지 않으면 무난히 통과될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13명의 위원들이 공무원과 판검사, 변호사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팔이 안으로 굽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공직기강을 올곧게 세우려면 공직자윤리위 심사는 훨씬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전관예우가 여전히 횡행하는데, 적어도 국민 눈높이보다 낮아서는 곤란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