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쟁 6개월에 이스라엘 '사면초가'... ①미국 외면 ②국내 혼란 ③주변 적뿐

입력
2024.04.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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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이스라엘, 반년 만에 막다른 길
편들던 미국도 정책 수정 시사 ’최후통첩’
국내 반정부 시위에도 이란과 강대강 대치
팔 3만3000명 사망… 111만명은 ’재앙·기아’

지난해 10월 7일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이 만 6개월을 맞으면서 이스라엘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밀어붙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안팎에서 고립되고 있다. 우방 미국으로부터 최후통첩성 경고장을 받았고, 내부에선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반년 동안 이어온 무자비한 보복전은 중동 내 반미 세력 ’저항의 축’과의 대리전만 키우고 있다.

①'영원한 우방' 미국은 휴전 압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와 30분간 통화하며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와 인도적 고통 등을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인 휴전 등을 촉구했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결과에 따라 대(對)이스라엘 정책을 재고하겠다는 통첩성 발언까지 날렸다. 미국이 정책 기조 수정까지 시사한 것은 전쟁 개시 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이 우방의 분노를 산 직접적 계기는 사망자 7명이 발생한 지난 1일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 공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 중 ”용납할 수 없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질타했다고 한다. 특히 11월 대선을 앞두고 전통적 지지층인 아랍계 표심이 이탈하자 바이든 대통령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있다.

굽힐 줄 모르던 네타냐후 총리도 일단은 물러서는 분위기다.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구호품 수송을 위해 자국 내 아슈도드 항구를 임시로 개방하고, 폐쇄했던 가자지구 북부의 에레즈 교차로 통과도 다시 허용할 예정이다. 다만 이스라엘의 궁극적인 태도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②폭발 직전 '저항의 축'… 내부선 반정부 시위

이스라엘은 '내우외환' 상황이다. 가자지구 전쟁은 사실상 이란을 맹주로 한 ’저항의 축’과의 싸움으로 번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는 물론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이라크 민병대 등과도 싸우면서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이란영사관 폭격으로 확전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이란이 보복을 벼르자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일전도 불사할 태세다. 1일 이후 방공망 운용 경험이 있는 예비군을 추가 동원하는가 하면 모든 전투 병력의 휴가를 중단시킨 상태다.

집안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예루살렘의 크네세트(의회) 건물 인근에는 10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모여 우파 연정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를 촉구했다.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다. 반년이 지나는 동안 여태 인질을 제대로 데려오지 못했다는 비판과, 네타냐후 총리가 권력 유지 수단으로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는 반정부 여론이 들끓고 있다. 내각에서 ‘9월 조기 총선’ 주장이 나오는 등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③팔레스타인 희생자 3만3000명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쟁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3만3,000명을 넘어섰다. 하루 약 180명꼴로 사망한 셈이다. 전체 사망자의 65%는 여성과 어린이다. 설상가상으로 WCK 폭격 사건 이후 구호단체들이 안전을 우려하며 활동을 속속 중단하고 있다. 유엔은 가자지구 총인구 230만 명 중 111만 명이 ’재앙·기아’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6개월간 하마스는 24개 대대 중 대부분을 잃고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도 해외 망명 신세지만, 이스라엘은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몰려 있는 라파에서 지상전을 강행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위용성 기자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