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기 공화국인가

입력
2024.04.06 00:00
19면

최근 유튜브에는 외국인들이 “한국은 밤에도 안전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다” “카페에 핸드폰이나 노트북 등 비싼 물건을 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없어지지 않는다”면서 ‘한국은 치안이 굉장히 좋은 나라’라고 칭찬하곤 한다. 사실 불과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소매치기도 많았고, 공공장소에서 귀중품을 도난당하는 경우도 많았으니, 그런 면에서 치안 수준이 높아졌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정말 우리나라의 치안 수준이 굉장히 높은 것일까?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정식재판으로 기소되는 사람 수(벌금형으로 기소되는 약식 재판 제외)가 1993년 18만 명에서 2022년 31만 명으로 증가했다. (인구는 1993년 4,500만 명에서 2023년 5,100만 명으로 소폭 늘었으니 범죄율 증가는 상당히 빠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절도 범죄자 수는 1만 명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데 사기는 1만 명에서 4만 명으로 폭증했다.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고 대부분의 차엔 블랙박스가 있어 공개된 곳에서 물건을 훔치는 경우 대부분 붙잡힌다. 또 휴대폰, 노트북은 훔쳐서 장물로 팔아봐야 얼마 못 받기 때문에 검거 위험에 비해 가성비가 너무 떨어져서 안 훔치는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디지털화하면서 현금 거래보다 온라인 거래가 대부분이다 보니, 오프라인 절도보다는 온라인 절도가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온라인 절도는 대부분 사기 형태로 이뤄진다. 보이스피싱, 돌려막기식 투자 사기, 주식 리딩방 사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절도는 피해자가 몇 명 되지 않는데, 사기 범죄는 수백 명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그 피해 규모 역시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에 달한다.

최근 한 판사가 ‘빨대 사회’라는 책을 출간했다. ‘조직적 사기 범죄는 창궐하고 있으나 이를 사전에 막기에는 개인정보보호 등 제도적 문제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고, 사후에도 핵심 용의자를 잡기 어려워진다’는 내용이다.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대규모 사기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1982년 수천억 원 피해 규모의 장영자ㆍ이철희 투자 사기, 2008년 조희팔 금융 다단계 사건(2조 원 이상), 2019년 라임자산운용 및 2020년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건(1조 원 이상), 그리고 아직도 진행 중인 전세 사기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많다.

온라인 사기 범죄의 특징은 분업화와 아웃소싱이 잘 되어 있고, 범죄 조직의 수괴는 과거 폭력조직 범죄자와 달리, 잘나가는 스타트업 CEO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전문 조직으로부터 대포폰, 대포통장을 공급받고 전산 전문가로부터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이나 주식 투자 사기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제공받는다. 범죄 수익은 온ㆍ오프 라인을 번갈아 가며 전문 조직이 자금세탁을 해준다. 또 용의자들은 텔레그램 등에서 별명으로 연락하며 흔적을 지운다.

수사기관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제한된 인력으로 이들을 잡기는 정말 어려운 데다 검거해봐야 수괴가 아닌 꼬리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결국 국민이 정부나 수사기관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개개인이 조심할 수밖에 없다. 남들보다 더 큰 수익을 낸다는 투자는 사기 위험을 늘 내포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을 늘 마음속에 품고 있다면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오용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