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바이주, 日 사케도 팔린다... 군 PX의 한중일 '술 삼국지'[문지방]

입력
2024.04.14 13:00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군인의 생필품은 물론 간식, 화장품까지 판매하고 있는 군마트(PX)에서 시중에 비해 훨씬 싼 가격으로 매출을 견인하는 품목이 있습니다. 바로 술입니다. 전통적 인기 품목 소주와 맥주는 물론 전통주와 양주까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PX 주류 매대에서 난데없는 ‘한중일 삼국지’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전통주인 바이주(백주)와 일본 전통주인 사케가 입점하면서입니다. 아직 국산 소주와 맥주의 아성을 넘지는 못했다지만 군 ‘면세 주류’에도 포함되지 못한 바이주와 사케의 등장이 PX 주류 매대를 흔들 가능성도 엿보인다는 관측입니다.



면세주류와 비면세주류? 면세주류는 1인당 제한 있어

PX에서 구매할 수 있는 술은 ‘면세 주류’와 ‘비면세 주류’로 크게 구분됩니다. 면세 주류는 국민들이 흔히 생각하는 ‘군납’ 주류입니다. 군은 국방부 훈령 제2427호 ‘군 매점 면세주류 운영 훈령’ 제8조를 통해 면세 주류의 가격 결정 구조를 “국군복지단과 업체가 계약한 금액으로 하되, 세전 단가에 부가가치세를 가산한 금액(주세와 교육세 제외) 이하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훈령 7조를 통해 “면세 주류는 국내에서 제조된 물품에 한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면세 주류를 구매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훈령은 △하사 이상 현역군인, 군무원, 태극·을지무공훈장을 받은 자 중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의 생활조정수당을 지급받는 자 △병, 사관생도, 사관후보생, 부사관후보생 그리고 입영군사 교육을 받는 제1국민역의 무관후보생과 병력동원훈련소집 또는 교육소집 중인 자를 면세 주류 구입 가능자로 규정합니다. 1년에 구매할 수 있는 수량도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흔히 마시는 희석식 소주의 경우 간부 1인당 구매 수량은 지난해 기준 1년에 20병입니다. 고급 소주인 증류식 소주나 전통주인 약주 등은 1년에 각 1병씩만 구매가 가능합니다.


비면세주류에 입성한 바이주와 사케... 싼 가격 눈길

‘삼국지’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은 이처럼 제약이 많은 면세 주류 부문이 아닙니다. 국군복지단과 납품 계약을 체결하면 입점할 수 있는 ‘비면세 주류’입니다. 각급 군부대 안에만 위치하고 있는 PX에서만 판매되는 면세 주류가 아니라 군 외부 군인아파트 등에 입점하고 있는 군마트(영외마트)에서도 군인 및 군인 가족 등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라는 의미입니다.

비면세 주류는 시중 판매가의 절반 이하 가격 정도인 면세 주류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쌉니다. 시중 판매가의 70% 정도 가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산 C맥주 355ml 1캔 가격이 시중 편의점에서 2,000원대 초반인 데 비해 면세 C맥주는 600원대, 비면세 C맥주는 1,000원대 초반입니다. C소주의 경우에도 360ml 기준으로 편의점 가격이 1,900원 수준인 데 비해 면세 C소주는 600원, 비면세 C소주는 1,000원대 초반 가격입니다.

2019년에도 판매되던 중국술 연태고량 500ml 제품은 현재 군마트에서 1만1,6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다르긴 하지만 시중 주류전문점에서 할인을 적용한다고 해도 1만5,000원 정도 하는 술입니다. 일본주 월계관 준마이는 지난해 입점했습니다. 일본주이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제조됐다고 합니다. 750ml 1병에 1만740원에 판매됩니다. 시중가 2만5,000원, 주류전문점 할인가가 1만7,000원쯤 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저렴합니다. 이외에도 공부가주와 장송 등 유명 중국 주류가 영외마트에 입점했습니다. 역시 시중에 비해 싼 가격을 메리트로 삼고 있습니다. ‘양꼬치에 잘 어울린다’고 광고하고 있는 중국 T맥주도 야금야금 영외마트 주류 매대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이용자 선호도 조사해 입점... 외산 주류 PX행에는 걸림돌 없어

외국산 주류가 군마트에 입점하는 데에 법적 문제는 없는 걸까요? 답은 “전혀 없다”입니다. 군마트 물품 납품 자격은 △직접 제조ㆍ생산하여 납품하는 업체 △제조업체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계약을 체결하여 직접 판매하는 업체 △해외 제조업체와 직접 수입 판매계약을 체결하여 국내 독점판매권을 갖고 직접 판매하는 업체로 구분됩니다. 관세청에서 발행한 수입신고필증이 있다면 해외에서 생산된 주류를 군마트에 입점시키는 데 걸림돌은 없는 셈입니다.

군마트를 운영하는 국군복지단은 이용자들의 선호도를 조사해 매년 신규 납품 업체를 결정합니다.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들여놓아야 복지단의 매출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또 시중에 비해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군인의 메리트로 홍보하는 상황에서 주 고객의 요구를 충족해야 합니다. 군인, 특히 간부에게 있어 군마트 이용 권한은 상대적으로 팍팍한 월급봉투를 그나마 아낄 수 있게 해주는 복지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 간부는 "소주와 맥주 일색인 술자리 대신 군마트에서 다양한 술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일과 후 혼술하기에 좋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간부는 "가까운 사람들과 좋은 술을 나눌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한 간부는 "술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더 다양한 주류가 입점했으면 좋겠다"며 "현재 1인당 1년에 소주 20병, 맥주 3박스로 규정된 면세 주류 제한도 완화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군마트에는 면세 주류로 국산 양주가 공급되고 있고 비면세 주류로 고급 위스키와 테킬라, 와인 등 수입 주류가 입점한 상태입니다. 이른바 ‘MZ’세대가 군에 몸담은 2024년 시점에서 외제 술, 특히 중국술과 일본주가 군마트에 입점해있다고 문제 삼을 수는 없어 보입니다. 장병들의 주종 선택권을 보장해야 할뿐더러, 과도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면 자칫 엉뚱한 곳에 민족주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