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팝 시장은 일명 '5세대 아이돌'들의 데뷔 러시로 뜨겁다. 지난해 중순부터 5세대 아이돌을 표방하며 데뷔에 나섰던 신인 아이돌들이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5세대 아이돌이라는 타이틀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가파르게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아직까지 아이돌 시장의 5세대 진입에 대한 의문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K팝 시장에서 4세대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받던 뉴진스의 데뷔가 겨우 1년여를 지난 시점인 상황에서 지나치게 빨리 세대 교체가 도모된데다, 4세대와 5세대를 구분할 만한 지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 역시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1세대 아이돌은 국내 음악 시장에서 첫 아이돌 붐을 이끌며 본격적인 아이돌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었다는 점, 2세대 아이돌은 'K팝'이라는 브랜드를 탄생시키며 SM·JYP·YG의 삼강구도 속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초석을 쌓았다는 점, 3세대 아이돌은 해외 음악 시장에서 K팝 장르의 위상을 바꿔놓으며 본격적인 글로벌화를 시작했다는 명확한 기준점을 토대로 세대 교체를 이뤄왔다. 4세대 아이돌의 경우 데뷔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동을 전개하며, 보다 주체적이고 '자아' 중심적인 성장형 메시지를 곡에 담아냈다는 것이 차별점으로 평가됐다.
물론 5세대 아이돌들에서도 일련의 차별점을 엿볼 수 있다. 라이즈의 '이모셔널 팝', 투어스의 '보이후드 팝' 처럼 각 그룹의 정체성을 담은 독자적인 장르를 전개하고 나선 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외에 4세대 아이돌과 구분할 만한 지표는 뚜렷히 찾아보기 힘들다. 굳이 또 다른 지점을 찾아보자면 보다 '이지 리스닝' 스타일의 음악에 집중한다는 특징이 있으나, 4세대 아이돌들 역시 이지 리스닝 스타일의 음악을 다수 선보이고 있는 만큼 5세대만의 독자적인 차별점이라 꼽긴 어렵다.
이러한 상황 탓에 아직까지 아이돌 시장에서 5세대의 본격화가 이루어졌다기 보단 4.5세대 정도의 변화기에 서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5세대를 표방하는 아이돌들의 데뷔 러시는 꾸준히 이어지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가파른 세대 교체 바람의 배경이 결국 '과열된 성적 경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앞서 4세대 아이돌들이 데뷔와 동시에 국내외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면서 K팝 아이돌 시장의 성적 경쟁은 한층 뜨거워진 바 있다. 데뷔 앨범 '밀리언셀러' 기록부터 데뷔와 동시에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는 등 과거와는 규모부터 달라진 아이돌들의 성적은 K팝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신인 아이돌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도, 이미 4세대 아이돌들이 일궈놓은 성과가 두터운 만큼 이를 넘어서 새 기록을 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 소속사들이 찾은 탈출구는 '세대 교체'였다. 그룹을 5세대로 구분할 경우 '5세대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활동 성적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치열한 K팝, 또 신인 아이돌 시장에서 빠르게 고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과 함께 '5세대' 흐름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5세대' 표방의 배경이 비단 성적 경쟁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러한 이유를 배제하긴 어렵다.
일각에서는 눈에 띄게 빨라진 K팝 아이돌 시장의 세대 교체 흐름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한 가요 소속사 관계자는 "4세대에서 5세대로 넘어가는 주기가 1년여 밖에 걸리지 않은 상황에서, 더 빠른 주기로 6세대가 찾아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라며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경우, 결국 아이돌 세대 구분은 각각의 특성에 기반한 지표가 아니라 효과적으로 그룹의 데뷔 성적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드는 것은 사실이다. 표면적인 세대 교체보다 내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K팝 시장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자세"라고 전했다.
5세대 아이돌들의 데뷔 러시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스스로 세대 교체를 알린 만큼, '5세대' 타이틀을 단 그룹들의 어깨가 무겁다. 진짜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 '5세대'만의 독보적 차별성을 갖출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