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45세 여성입니다. 이혼 후 10년째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죠. 이혼 당시 전남편이 집을 나간 상태였기에 ‘아이들은 내가 당연히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전남편은 저에게 아이들 양육비로 매달 40~80만 원씩 주기로 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두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결심으로 억척스럽게 살았습니다. 생계를 위해 오후 4시 집에서 출발해 버스 세 번을 갈아타고 5시까지 공장에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밤샘 근무를 한 뒤 새벽 5시에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에 옵니다. 현관에 들어설 때면 손가락 하나 들 기력도 없지만, 사랑스러운 두 아이를 보면 피곤이 싹 가십니다. 애들을 깨워 아침 먹이고 학교를 보낸 뒤 집 청소와 아이들 저녁을 미리 준비하죠. 쓰러지듯 몇 시간 잠을 자면 아이들이 돌아오고 다시 저는 출근합니다.
그런데 전남편은 막상 이혼 후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양육비를 주지 않았습니다. 못 받은 양육비가 무려 1억 원에 달합니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듭니다. 아이 아빠에게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법의 보호장치가 없을까요?
A : 이혼을 겪은 40~50대 중년의 경우, 그들의 자녀는 대부분 사춘기를 지난다. 그리고 아이들의 사춘기는 양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혼을 하든 하지 않든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은 부모의 몫이다. 특히 이혼했을 땐 아이를 직접 키우지 않는 부모(비양육자, 양육비 채무자)라도 여전히 ‘부모’인 것은 변함없다. 그러므로 ‘필요 최소의 책임’을 가진 부모로서, 비양육자는 양육자에게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
이혼 전문 변호사인 필자는 많은 양육자ㆍ비양육자를 만나곤 하는데, 비양육자 상당수가 잘못 알고 있는 치명적인 오해가 있다. 바로 ‘양육비=이혼한 배우자에게 주는 돈’이란 생각이다. 이는 철저한 오해다. 필자가 만난 비양육자 A씨는 “진짜 아이를 위해 사용했는지 영수증을 보여줘야 양육비를 주겠다”면서 양육자 B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기도 했다.
물론, A씨 입장에선 B씨가 아이를 위해 양육비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궁금할 순 있다. 하지만, 비양육자가 명심해야 할 것은 “양육자가 아이를 유기하는 수준이 아닌 이상, 양육자가 양육비를 받아서 양육자를 위해 공동으로 사용했다고 해도 이는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양육자가 아이와 함께 외식을 했다면, 아이 밥값 외 양육자 밥값을 양육비로 낸 것은 잘못일까? 전혀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밥을 먹고 힘을 내야 아이를 돌보지 않겠는가. 비양육자(양육비 채무자)의 양육비 지급 의무에 대해 우리나라 법원은 그 책임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지급 의무를 다하지 않은 비양육자에 대하여 점점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있다.
그렇다면, 앞선 사례 속 중년 여성처럼, 양육비를 주지 않는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법적 보호 장치엔 무엇이 있을까?
먼저, ‘강제 집행’이 있다. 이혼 판결문(양육비를 정한 판결문)을 근거로 강제집행을 하는 것이다. 보통 부동산, 예금, 자동차, 퇴직금, 급여 등에 압류 절차를 진행한다. 둘째, ‘양육비 이행 명령 신청’이 있다. 법원을 통해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이행할 것을 명하도록 판결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감치명령(구속과 유사한 처분)을 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 감치명령을 받았는데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 출국금지와 명단공개요청을 할 수 있다.
셋째, 재산 명시 또는 재산조회 신청이다. 재산 명시는 비양육자가 법원에 어떤 재산이 있는지 목록을 제출하게 하는 것이고, 재산조회 신청은 양육비 이행관리원을 통해 비양육자의 재산을 조회한 뒤 그 재산에 대해 강제 집행하는 절차다.
넷째, 비양육자가 급여 소득자인 경우 ‘양육비 직접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비양육자의 장래 급여에 대하여 압류하고, 비양육자의 고용주가 양육자에게 직접 급여 중 양육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만일 비양육자가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고정 수입이 없는 경우엔 ‘양육비 담보제공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이 비양육자에게 ‘장래 양육비를 담보하는 담보물(현금 등)을 미리 법원에 맡기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연자는 이미 앞서 언급한 방법을 대부분 시도했지만, 비양육자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악질 비양육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국 사연자는 비양육자를 ‘형사 고소’했다. 사실 지난 2021년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신설됐다. 이후 많은 양육자들이 이 규정을 토대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배우자를 형사 고소했지만, 늘 ‘집행 유예’로 결론이 나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법원이 지난 3월 27일 역사적인 선고를 했다. 양육비를 미지급한 사연자의 전남편에게 ‘징역형’에 법정 구속까지 한 것이다. 사형을 제외한 가장 엄중한 형인 ‘징역형’이었기에 의미를 더했다. 이제 양육비를 고의로 미지급한 양육비 채무자(비양육자)는 상당히 무거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필자는 이 판결에 대해 “법원이 양육비 미지급을 사실상 아동학대 범죄로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필자가 경험한 법은 대부분 약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따뜻함을 지향한다. 법원은 당시 징역형을 내리면서 “미성년 자녀에 관한 양육비 채무는 건전한 성장과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최소한의 보호 수단”이라고 밝혔다. 법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를 보호하고, 오늘 안전한 복지 속에 커 가기를 바란다. 홀로 힘겹게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양육비를 받고 있지 못하다면, 용기를 내보자. 법은 당신과 아이를 최대한 보호하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의외로 많은 이들이 당신과 함께할 것이다. 필자 역시 그 연대에 힘을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