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만큼 오른 월급... 고금리에 가계 여윳돈 4년 만에 최저

입력
2024.04.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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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줄이고 주식·채권서 돈 빼

지난해 가계 여윳돈이 50조 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와중에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가계 소득 증가세가 둔화한 영향이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자금순환(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58조2,000억 원으로 전년(209조 원) 대비 50조8,000억 원 줄었다. 2019년(92조5,000억 원) 이후 가장 적다. 순자금운용액은 예금이나 채권 등 금융 투자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자금 조달)을 뺀 금액으로, 사실상 가계의 여유자금을 뜻한다.

정진우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 비용이 많이 늘었고, 경기가 전반적으로 부진을 지속해 전체적인 소득 증가율도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가계 소득은 전년 대비 2.8% 증가하는 데 그쳐, 증가율이 2022년(7.3%)에 비해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월평균 지출 증가율은 2022년(6.4%)과 비슷한 6.1%로 유지돼 가계 여윳돈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가계 자금조달 규모는 2022년 74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36조4,000억 원으로 반토막 나 통계 편제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주택자금 관련 대출은 증가했지만, 대출금리 상승으로 신용대출과 소규모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타대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4%로 2022년(104.5%)보다 4.1%포인트 감소했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자금 운용 규모는 194조7,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88조8,000억 원 줄었다. 금융기관 예치금, 채권 등 모든 상품의 운용 규모가 줄었는데, 주식과 펀드 운용은 전년 31조7,000억 원에서 -4조9,000억 원으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이는 취득액보다 처분액이 많았다는 의미로, 가계가 위험자산을 축소하고 우량주에 집중하면서 절대적인 거래금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비금융법인기업은 순조달 규모가 1년 사이 198조1,000억 원에서 109조6,000억 원으로 88조5,000억 원 축소됐다.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와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해외직접투자 축소, 매출 부진 등 악조건에 겹겹이 둘러싸인 결과다. 같은 기간 일반정부 순조달 규모 역시 34조 원에서 13조 원으로 감소했다. 정부 지출이 수입보다 더 많이 줄어 국채를 중심으로 순조달 규모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