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심의를 앞두고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임에도 2년 연속 부결됐지만, 공익위원 상당수 교체를 앞둔 올해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숙박∙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의 경우 감당이 어려운 높은 최저임금 탓에 사업자가 종업원보다 낮은 소득을 올리기도 하는 만큼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은행이 돌봄서비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이주노동자를 활용하면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것을 제안하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노인을 아예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건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어제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최저임금 차등 적용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엉터리"라며 논의 시도 중단을 요구했다.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최임위 구성 변화와 맞물려 있다. 최임위는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으로 구성되는 구조상 공익위원의 영향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5월 13일 공익위원 9명 중 8명 임기가 종료된다. 신임 공익위원들이 대부분 친정부 성향일 거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에는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차등 적용이 도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종별로 고용여건이나 지불능력이 크게 다른 건 사실이다.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이 전체적인 최저임금 수준을 끌어내리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차등은 그리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업종별 차등을 위한 합리적 기준이나 통계는 제대로 마련된 게 없다. 같은 업종 내에도 다양한 규모의 사업장이 혼재돼 있다.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중요한 사안을 최임위가 3, 4개월 만에, 그것도 공익위원 9명이 주도해 뚝딱 결정해선 안 된다. 긴 안목으로 공론화 과정을 통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어떤 결론이든 ‘노동자 생활 안정’이라는 제도 취지까지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